취임식서 개혁 관련 자성 촉구…"표적수사·봐주기 수사 비판 감수해야"
'정치적 인사' 평가에 "바라보는 분들 선 곳 따라 달라"…공정 수사 강조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30기)이 4일 오전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30기)은 4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 동부지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임 지검장은 직원들에게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있다. 막강한 검찰권을 부여한 주권자는 우리가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표적 수사'와 '봐주기 수사'라는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도 사실"이라며 "김학의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은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임 지검장은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보았던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며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임 지검장은 전날 이 대통령이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했듯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고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 앞장서서 헤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30기)이 4일 오전 취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서울동부지검 제공)
임 지검장은 오랜 기간 내부 문제점을 지적해 온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로 꼽힌다.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전지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그는 검찰 내부에서 비교적 비주류로 분류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동부지검장으로 승진 기용돼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앞서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동부지검 1층 출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라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정치적 배경이 얽힌 인사'라는 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를 바라보는 분들이 서 있는 곳에 따라 바탕색이 달라보이는 거라 생각한다"며 "10여년간 내부고발자를 하며 있던 일이라 감수해야 할 것 같고 진심은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 목소리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있던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그때보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윤석열 전 대통령)가 내란 수괴로 조사받고 있는 모습에 참담해 할 후배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며 "그때 우리 검찰이 잘못 평가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저는 느낀다"고 덧붙였다.
임 지검장은 동부지검에 사무실을 꾸린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대검찰청 합동수사팀(합수팀)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동부지검 건물을 쓰는 것뿐이지 별도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같은 내부고발자로서 애환과 의심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챙겨보고 싶다"고 했다.
백해룡 경정이 대검 합수팀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저도 검찰을 못 믿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갔던 사람으로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거짓말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검찰이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인천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을 덮은 세력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임 지검장은 "얼마 전까지 일하던 대전지검만 하더라도 민주당 정부를 향한 표적 수사가 수년간 지속돼서 장기미제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인지수사보다는 주어진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말을 못 해서 지금까지 국민께 불신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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