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석 중심 개편에 기초과학 위상 약화 우려
최기영 전 장관, 안준모 교수 “과학기술 특보 필요"
국정기획위에서 정부조직개편 논의도 진행중
부총리급 과기정통부, AI전략부, AI위원회 강화안 논의
[이데일리 김현아·강민구 기자]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에 대해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수석실을 폐지하고 이를 AI미래기획수석실로 통합한 새로운 조직 구조에 대해, 기초과학의 위상 약화와 과학기술계와의 정책 소통 단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특별보좌관(특보) 등 별도의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개편은 AI미래기획수석실 신설과 젊은 과학기술인인 하정우 수석 발탁이라는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 이후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도입했던 과학기술수석실이 다시 폐지됐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계는 구조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과실련 공동대표). 사진=이데일리 DB
실제로 현 대통령실 구조는 네이버 출신의 AI 개발자인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아래 연구개발혁신, 저출생, 기후·에너지, 바이오 등을 포함해 과학기술의 상대적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AI는 산업 전반, 일상생활, 국정까지 포함한 넓은 자리이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인사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최기영 전 장관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AI와 과학기술은 일부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커버하는 범위와 정책적 접근은 분명히 다르다”며 “과학기술은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훨씬 넓은 범위다. 독립적인 정책 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미래기획수석실 아래에 과학기술이 한 축으로만 포함되는 현재의 구조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조직 개편이 마무리된 상황이라면, 별도의 과학기술특임보좌관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특보 역할은 과학기술계 출신이 맡아야 민간과 정책 사이를 실질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견은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안준모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선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홀대론이라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구조상 과학기술 부분이 줄어든 것은 맞다”며 “현 조직도상 AI수석 밑에 연구개발비서관이 있지만 AI수석이 커버해야할 분야가 인구, 기후에너지 등으로 워낙 넓기 때문에 특별 보좌관 같은 조직이 있으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이전 과학기술수석은 정례 회의 없이도 정책 맥락을 공유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며 “현재는 비서관 한 명 체계로 바뀌어 R&D 예산 복원, 기초연구 확대 같은 현장 요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엔 부족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AI 중심 수석 구조는 산업계 중심이어서 과학기술계 소통이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통령실에 과학기술특보 조직이 신설될지는 미지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김남철 전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과 조선학 대변인이 대통령실 파견 인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엄열 전 정보통신산업정책관과 김성수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를 수립 중인 국정기획위원회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인공지능(AI)과 통합해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시키는 방안과, 별도로 AI혁신부를 신설해 범부처 간 전략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 중이다. 후자의 경우 과학기술 부문은 교육부의 고등교육 기능과 통합돼 R&D와 인재양성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구조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통합 구상이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R&D 예산 대규모 삭감과 기초과학 경시 기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과기정통부의 독립적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AI 정책의 경우 통합부처보다는 예산과 인사권을 갖춘 범부처 전략 기구, 예컨대 부총리급 위원장이 이끄는 AI위원회를 설치해 전방위적 조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국가AI위원회처럼 상징적 조직이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춘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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