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도 '4대 중독' 중 하나라는
성남시 주최 '중독예방' 공모전 논란에
게임산업협회·게임개발자협회 등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게임사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와 산하 위탁기관이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같은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한 공모전을 열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공모전 백지화와 공식 사과를 촉구했지만, 성남시는 표현을 일부 수정한 뒤 공모전을 강행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이달 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주제는 알코올·약물·도박·인터넷게임 등 '4대 중독' 예방이 명시돼 있었다. 이 공모전의 주최는 성남시, 주관은 지원센터로 상금은 총 1200만원이다.
4대 중독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처음 나온 표현이다. 당시 신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 등과 함께 4대 중독유발 물질로 규정하고 정부 관리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 요강.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성남시가 해묵은 표현을 꺼내 들어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려고 시도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성남시 판교역 일대는 넥슨·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스마일게이트·위메이드·웹젠 같은 국내 게임사와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대표를 지낸 남궁훈 게임인재단 공동이사장은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게임사들이 밀집한 성남에서 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며 "성남시와 친밀감을 가지고 성남시 청소년을 위해 최근 게임인재단에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여러 행사를 함께했었는데, 그만하자고 건의해야겠다"고 했다.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이(e)스포츠협회 등 8개 게임단체도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고 ▲공모전 백지화 또는 인터넷 제외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 ▲책임자의 공식적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여전히 게임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흠집 내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아 깊은 안타까움을 넘어 심히 우려스럽다"며 "성남시는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중심지로 게임산업 종사자가 4만4000여명에 이르고, 성남시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77%가 게임"이라고 꼬집었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의 공모주제를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서 '인터넷 중독 예방'으로 수정한 포스터를 18일 재게시했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하지만 성남시는 문제의 공모주제 중 '인터넷게임'을 '인터넷'으로 수정하고 행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기도가 배부한 보건복지부의 2025년 '정신건강사업안내'에 알코올·마약류·도박·인터넷게임을 중독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반영해 공모주제를 선정했다"면서 "다만 특정 용어를 두고 사실과 다른 해석이 제기돼 정확한 취지를 알리기 위해 표현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은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성남시는 대한민국 게임의 메카이자 주요 게임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게임'이 없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자의적인 법률해석 문제기도 하다"고 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 등 관련 지원사업을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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