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새 정부가 '딥테크' 컨트롤타워 신설을 추진한다. 딥테크는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고도 기술이 집약된 첨단산업을 일컫는다. 산업 특성상 기술 상용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인력, 인프라 구축 등을 아우르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범 부처 전담 투자·관리기구를 설립해 딥테크 산업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중이다. 신설 조직은 부처마다 흩어진 기능을 한 데 모아 딥테크 산업 중장기 투자 전략을 세우고, 중요도와 파급력 순으로 딥테크 우선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게 핵심 업무가 될 전망이다. 또 정부·기업·연기금 등이 공동 조성할 100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자 모집,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의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TSMC, 엔비디아처럼 기업가치 100억달러가 넘는 '데카콘' 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미 전담조직이나 펀드를 꾸려 지원중인 해외 주요국에 비해 국내는 투자·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국정기획위의 판단이다. 딥테크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중소기업 지원 기관, 기업 지원을 위한 예금공탁금고, 프랑스국부펀드(FSI) 등 기존의 3개 기관을 통합한 프랑스 공공투자은행’(BPI)를 2012년부터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이 핵심 업무다. 독일의 공적 개발투자은행(KfW)도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과감하게 창업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딥테크 정책펀드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2019년부터 가동한 '딥테크 플랜'은 정책펀드를 통해 딥테크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팅, 스케일업 등을 위한 투자재원 및 지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 전체 스타트업에서 딥테크 비중은 2019년 약 10%에서 2021년 30%로 늘어났다. 이 기간 딥테크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도 5개 이상 탄생했다. 독일은 국가 단위 산업·혁신 지원정책인 '하이테크 전략'을 세우고, 2021년부터 '딥테크 퓨처 펀드'와 같은 딥테크 투자 전문 펀드를 조성해 딥테크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펀드 운용액만 10억유로(약 1조 6000억원)에 달한다. 캐나다와 영국도 각각 딥테크 벤처 펀드와 퓨처 펀드를 조성해 딥테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국정기획위 측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유니콘,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경쟁국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이며,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성공신화를 재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협업·상생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글로벌 빅테크로의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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