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랫폼 생태계, 외산 기업에 완전히 먹힐 것” 우려
“관광객 680만명 확대 효과” 기대감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촌 공방 축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혼례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가세하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보 문제는 물론, 국내 ICT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생태계와 미래 첨단 산업이 외국 빅테크에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내수 관광 산업 활성화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네이버 제공]
▶“유튜브, 넷플릭스 국내 장악…지도 플랫폼·공간 산업에도 이어질 것”= 당장 국내 플랫폼 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빅테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완전히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산업이다. 향후 첨단 산업 먹거리인 자율주행, 스마트도시 등의 공간 산업의 주도권도 외산 기업에 뺏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지난 4월 23일~5월 7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회원사의 67%와 23%가 ‘매우 반대’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협회는 디지털트윈, 스마트도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 260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단체다.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ICT 기업들은 외산의 고도화된 서비스에 대응하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용산 대통령실 외관 모습[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ICT 업계 관계자는 “OTT는 넷플릭스, 음악은 구글이 장악해 기존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급속도로 어려워지는 것을 이미 현실로 보지 않았나”며 “지도 데이터에 파생되는 국내 플랫폼 생태계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가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금지했던 근본적 이유인 안보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는 점도 가장 우려되는 대목으로 거론된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군사기지, 보안 시설 등 국가 중요 시설 위치 노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구글은 민감한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 하는 대신 좌푯값 제공을 요구하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주요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더라도 위성 사진 등과 결합하면 보안 시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 [연합]
▶“관광객 680만명 유입, 31조원 효과” 분석도= 반면, 빅테크들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활용을 계기로 국내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구글맵’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 관광객들은 그동안 한국에선 이를 잘 활용할 수 없었다. 국내 지도 서비스는 가입 등의 절차로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3 외래관광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에서 가장 불편했던 영역은 ‘교통·관광안내·디지털 정보 접근’이었다.
데이터 반출 허용 시 관광객이 최대 68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김득갑·박장호 교수)은 관광학회지 ‘관광레저연구’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서 “구글 지도 사용이 허용될 경우 2027년까지 최대 680만 명의 외래 관광객이 추가 유입돼 관광수입이 226억 달러(약 31조원)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식 업계에서도 구글 지도를 활용해 외국인 손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구글 지도에 가게 정보 등을 노출해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자영업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관광 시 구글맵에서 방문하고 싶은 식당 등을 검색해 보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구글맵에 가게 정보를 등록해 놓는 것인 필수 마케팅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나쁠 게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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