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프로젝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가 사상 최대 규모의 3D 우주 지도를 만들었다. 확대된 곳에서는 우주의 기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Claire Lamman/DESI 제공
사상 최대 규모의 '3D 우주 지도'가 공개됐다. 우주 지도는 기존 우주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가 우주의 진화 과정에 대해 더 알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프로젝트의 첫해 성과를 발표했다. 2021년 시작된 DESI는 전 세계 약 70개 기관의 연구자 9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다.
기존 우주론인 '람다 CDM(차가운 암흑물질)'에 따르면 우주에는 물질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 물질과 암흑 물질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늦추고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한다.
DESI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산꼭대기인 '키트피크'에 위치한 작은 망원경 5000개로 최대 110억 광년까지 떨어진 은하를 관측해 3D 우주 지도를 만들며 암흑에너지의 분포를 확인했다. 20분마다 5000개의 새로운 은하를 관측해 매일 밤마다 총 10만 개 이상의 은하를 관측한 수준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 존재한 '중입자'는 진동하며 연못에 자갈을 던졌을 때처럼 파동을 일으켰다.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도 중입자의 희미한 3D 파문 또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이를 '중입자 음향 진동(BAO)'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BAO 측정값을 우주에서 자처럼 활용해 우주 은하 분포 패턴을 측정하고 지난 110억 년 동안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158만여 개의 은하단을 식별해 '3D 우주 지도'를 만들었다. 이전 우주 지도보다 3배 더 많은 은하다. 연구팀은 "전체 우주의 역사에서 오차가 0.5%, 80억년에서 110억년 사이의 초기 우주에서 오차가 0.82% 정도인 높은 정밀도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으나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존 이론에 따라 암흑에너지가 일정하면 우주는 영원히 확장하지만 지도의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런 전망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아직 데이터에 대해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새로운 우주 모델을 만들어야 할 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더 모아 현재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인 ' 허블 상수' 연구와 중성미자의 질량 측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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