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돈만 벌어준다면 우리 자존심은 내동댕이쳐도 되나" 반발, 피켓 시위도
대표 "한 번 잘못으로 재기 기회 얻을 수 없는 사회, 대구일보가 꿈꾸는 세상 아냐"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4월1일 오전 8시30분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대구 수성구 대구일보 사옥 앞에서 과거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의 채용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대구일보 구성원 제공.
과거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지역신문 기자가 대구일보 데스크(편집권을 가진 관리자)로 입사했다.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범죄 경력자의 채용을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채용을 강행한 대표는 “한 번의 잘못으로 재기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사회는 대구일보가 꿈꾸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자로 대구일보에 출근한 A씨는 지역신문사 재직 당시 대형 화재로 소실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며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이후 A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0년 대구경북기자협회장을 맡기도 한 인물이다.
▲ 2011년 3월23일 A씨의 집행유예 선고 관련 뉴시스 기사 갈무리.
A씨의 대구일보 입사 소문을 접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일보지부는 지난달 27일 사측에게 A씨 채용 소식이 사실인지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측은 A씨의 채용이 이미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는 출근 후 데스크 업무를 맡는 사회2부장(부국장대우)으로 발령났다.
범죄 경력자 채용에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언론노조 대구일보지부·한국기자협회 대구일보지회는 지난달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A씨의 채용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언론윤리헌장, 신문윤리강령, 언론노조강령 등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A씨의 채용을 결사 반대한다”며 “사법적 죗값은 치렀다 할지라도 언론인의 명예와 자부심을 훼손한 도덕적 책임은 여전히 무겁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시민,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며 앞으로 횡령 등 경제 범죄 기사를 쓸 때 '대구일보나 잘하라'는 말에 변명할 수 있겠는가. 대구일보 입사는 A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구일보 사규에도 어긋난다. 취업규칙에 나열된 채용 취소 사유를 뛰어넘는 이유가 있음에도 채용한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 신분으로 범죄에 연루돼 지탄받던 사람을 사회 공적 역할을 하는 언론사에 다시 들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돈이면 과거 전적이야 상관없다는 인식은 내부 구성원들의 애사심과 자존감을 하루아침에 추락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A씨가 출근한 지난 1일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대구 수성구 대구일보 사옥 앞에서 A씨의 채용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내부 반발이 이어지자 이후혁 대구일보 대표는 1일 사내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려 “여러분이 걱정과 우려를 보내는 분은 과거 큰 허물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고 제도권 밖에서 10년 이상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며 “본사의 취업규칙 제11조 채용자격 요건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A씨는) 한때 우리의 선배였고 동료였다. 그분에게 재기의 기회를 허용하고 지역 언론을 위해 헌신할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자”며 “한 번 잘못으로 재기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사회는 결코 대구일보가 꿈꾸는 세상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한 “조직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역량있는 간부가 부족하고 이를 외부 수혈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언더독이다. 기존 강자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사고를 좀 더 비틀 필요가 있다”고 인력 부족 문제를 들기도 했다.
대구일보 사측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채용에 대한 기본적인 결격사유는 없다. 취업 규칙엔 '징역형이 종료되고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가 결격사유가 된다고 나오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이후혁) 대표는 충분한 자숙 기간이 지난 사람이 재취업을 못한다는 게 과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A기자에데 데스크 업무를 맡긴 것이 언론 신뢰성과 연관된다는 우려에 대해선 “3월에만 데스크와 논설실장 등 중요한 자리 세 개가 비어버리는 등 총 다섯 명의 직원들이 퇴사했다”며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데스크 자리니까 공고로 채용하기가 힘들었고, 결국 인맥을 통해 뽑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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