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조사로 의혹 수사 본격화…이종섭 전 국방 등이 핵심
‘격노설 전달자’ 지목된 김 전 사령관 7일 조사…“당시 대통령실 회의 관계자들 차례로 조사”
이명현 순직해병대원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검팀이 1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 고 채수근 상병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특검이 외압 의혹의 핵심인 ‘VIP 격노설’을 내주부터 본격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초기부터 외압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민영 특검보는 4일 특검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다음 주부터 이른바 ‘VIP 격노설’ 관련 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수사외압 의혹이 촉발된 계기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였고, 이 회의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졌다”며 “이 회의 관계자들을 내주부터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고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과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대통령실 회의는 이날 오전 11시쯤 열렸는데, 실제로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54분쯤 대통령실 명의인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 및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특검은 ‘VIP 격노설’ 수사의 일환으로 우선 오는 7일 오전 김계환 전 사령관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김 전 사령관도 출석하겠다는 뜻을 특검에 밝혔다. 정 특검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가 주된 조사 내용이 될 것”이라며 “임성근 전 1사단장의 허위보고 관련 내용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를 이끌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처음으로 ‘VIP 격노설’을 전달해준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는 말을 김 전 사령관이 전달해줬다는 것이 박 전 단장의 진술이다.
하지만 김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고, 지난해 12월 전역했다.
김 전 사령관은 그간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해병대사령관 신분으로서 법정과 국회 등에서 증언을 해왔는데, 전역 후 민간인 신분인 상태다.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달리 증언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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