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상수지 101.4억달러, 25개월 연속 흑자
원유 가격 하락에 수입↓, 상품수지 흑자폭↑
외인 주식투자 127.7억달러, 10개월 만에 증가
"자동차·철강 등 6월부턴 품목관세 영향 본격화"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올해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6월과 하반기부턴 미국 관세 충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비록 5월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크게 감소한 탓에 흑자폭이 증가했지만 6월부턴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관세가 적용되는 업종별 수출 하락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김준영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과장,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5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경상수지, 5월 선방했지만 6월 이후는 ‘글쎄’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5월 경상수지는 101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4월(-24억 3000만달러)에 적자를 기록한 이래 25개월 연속 흑자로 2016년 5월(104억 9000만달러), 2021년 5월 (113억 1000만달러) 이래 역대 5월 기준 세 번째로 큰 폭의 흑자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06억 6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수출은 569억 3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2.9% 감소, 수입은 462억 7000만달러로 7.2% 감소해 106억 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내수부진 등 대내적 요인이 아닌 대외 통상환경 변화와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한 만큼 불황형 흑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6월부턴 미국 품목관세 여파로 자동차와 철강 업종의 수출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5월에도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는 등 정보기술(IT) 품목은 호조를 보였으나, 비IT 품목은 자동차와 철강,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줄었다. 통관기준 수출 실적을 보면 승용차는 전년동기대비 5.6%, 철강제품은 9.6% 각각 줄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지난 4월 국제수지 때와 마찬가지로 대외적 요인에 의한 흑자폭 확대라는 관점을 유지하지만 5월부터 미국 품목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4월엔 관세 영향이 좀 제한적이었는데 1~6월 통관 데이터를 보면 품목관세 대상인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관세 영향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관세 영향이 지속된다고 했을 때 품목관세 대상 상품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수출감소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의 경우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관세가 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외인 국내 주식·채권 투자 규모 ‘쑥’
외국인의 국내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비교한 금융계정을 살펴보면 67억 1000만달러 순자산 증가해 전월(45억 1000만달러)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27억 7000달러를 기록, 주식의 경우 10개월 만에 증가 전환하는 등 주식과 채권투자가 모두 늘어 눈길을 끌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투자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41억 3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억 2000만달러 늘어 증가 전환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00억 9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주식 투자가 37억 8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증가폭이 줄었지만 부채성증권인 채권 투자는 63억 1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27억 7000만달러를 기록, 주식 투자가 24억 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고 채권 투자는 103억 1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증가하는 등 주식과 채권투자가 모두 늘었다.
향후에도 이 같은 외국인 투자 수요는 이어질 전망이다. 송 부장은 “6월에는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법 개정,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등 기업 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외국인이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가지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채권 역시 특별한 변동이 없는 이상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준하 (xylit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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