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6ㆍ27 부동산 규제 발표
주거사다리 꺾였단 비판
6억원 한도 체감 가능한가
평균 청년층에 적용해보면
6억원 대출 원리금만 봐도
평균 청년층 부담 훌쩍 넘어
# 6ㆍ27 주담대 6억원 이상 대출 규제 이후 쏟아지는 말말말.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꺾었다." "청년층은 내집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시대를 자초했다." 정말 그럴까.
# 이쯤에서 하나 물어봐야겠다. 청년층은 정말 주택을 이용해 6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왔던 걸까. 그게 우리나라 평균 청년층의 이야기일까. 더스쿠프가 대출 규제와 6억원의 상관관계를 따져봤다.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청년층이 감당하는 평균 이상의 지출을 전제한다. [사진 | 뉴시스]
정부가 6월 28일 수도권과 일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묶었다. 그러자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꺾였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대출 한도를 규제해 청년층의 '내집 마련' 꿈을 꺾어놨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과연 청년층 중 주택담보대출 6억원 이상을 받아서 집을 마련한 이들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정부가 수도권과 일부 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자 '청년'의 주거 사다리가 꺾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흔히 이럴 때 말하는 청년은 30대 이하입니다.
그럼 6억원이란 대출금 한도는 정말 청년의 주거 계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까요? 서울에서 청년들이 아파트를 얼마나 사들였는지, 또 그 아파트 값이 얼마인지 살펴보면 '평균 청년'과 아파트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일단 서울에서 집을 사는 사람 중 청년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6억원 대출 한도는 6월 28일 적용했습니다. 그 전달인 5월엔 제한이 없었죠. 그 시기에 청년은 서울 아파트를 얼마나 많이 샀을까요?
한달간 30대 이하 청년이 매입한 서울 아파트는 2449호입니다. 전체 거래량(7221호) 중 33.9% 수준이네요. 적지 않은 비중입니다. 서울 인구에서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30%ㆍ2025년 1분기)보다도 3.39%포인트 크니까요. 그만큼 서울에 사는 청년층이 다른 연령층보다 아파트 매입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더 열심히' 아파트를 매입한 서울 청년층에게 6억원이란 대출 한도는 과도한 걸까요? 답을 찾기 위해선 청년층이 매입한 아파트의 가격대를 살펴봐야 합니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참고 | 2025년 5월 기준]
서울엔 총 25개구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청년층이 25개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비중은 평균 4%입니다. 당연히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년층이 아파트를 많이 구입한 지역은 따로 있습니다. 2025년 5월을 기준으로 나열하면 노원구(8.29%), 영등포구(8.17%) 성북구(7.10%), 동작구(6.82%), 성동구(6.53%) 순입니다.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얼마일까요? 5월 거래된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노원구의 84㎡ 아파트(이하 같은 기준) 평균 가격은 8억848만원이었습니다. 영등포구, 성북구는 각각 12억6245만원, 9억4997만원이었죠.
6ㆍ27 대출 규제 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비규제지역)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원구ㆍ성북구 등에선 6억원보다 더 적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입했을 겁니다. 다만, 6ㆍ27 대출 규제 전에도 거래에 제한이 있던 서초구(4.04%), 송파구(3.31%), 강남구(2.20%), 용산구(1.22%)에선 청년층이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6억원 대출 제한이 있든 없든 청년층이 규제 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을 표본으로 삼으면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영등포구로 눈을 돌려보시죠. 언급했듯 '6억원 대출 제한'이 있기 전 청년층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았던 영등포구의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는 12억원에 달했습니다.
LTV를 70% 적용하면 8억4000만원의 주담대를 받았을 겁니다. 이런 경우엔 '6억원 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문제는 이게 평균적인 청년의 아파트 매입이라고 볼 수 있느냐입니다.
도시근로자의 평균 소득을 살펴볼까요? 도시에서 '근로'로 경제활동을 하는 39세 이하 가구주와 '2인' 이상 사는 가구의 평균치를 찾아봤습니다. 기준은 2024년 4분기로 잡았습니다. 이 청년 세대의 평균 소득은 703만원입니다. 식비ㆍ주거비 등에 사용하는 소비지출은 377만원, 이자비용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142만원입니다.
여기에 '6억원 대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봅시다. 아파트 매입을 위해 빌린 6억원은 한참 후에 갚아도 되는 돈이 아닙니다. 매월 청구되는 이자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럼 주담대로 6억원을 빌린 청년 세대가 내야 할 돈은 얼마일까요.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만기 10년 이상의 일반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는 통상 4%대입니다. 낮더라도 3.5% 이상입니다. 3.5% 금리로 30년 만기 대출을 6억원 받을 경우 매월 분할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각각 230만원, 120만원가량입니다. 300만원 이상의 돈이 매월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참고 | 2025년 5월 기준]
이미 청년세대의 비소비지출 142만원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6억원 이상 빌리면 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영등포구에서 12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매입한 청년층은 평균보다 소득이 훨씬 많거나 이미 과도한 주담대를 떠안고 있다는 겁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6억원 대출 한도가 모자라다고 느끼는 청년은 평균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들일 것"이라면서 "6억원쯤 되면 일반적인 청년층이 감당할 수 있는 대출원리금을 넘어선 수준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래도 '6억원 대출 한도'가 청년층의 사다리를 꺾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청년층에게 '내집'을 살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은 건 기득권들 아닌가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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