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견 스케치
기자단과의 거리 1.5m로 좁혀
반원형태로 앉아 대화하듯 질문
‘가깝게 폭넓게 새롭게’ 콘셉트
지역 풀뿌리 언론들도 화상 참여
제비뽑기 하듯 질문자 뽑기 :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회견장 한쪽에 취재진 명함이 든 질문자 추첨함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아 3일 진행한 첫 기자회견은 지난 한 달간의 행보처럼 ‘형식 파괴’를 통한 탈(脫)권위에 초점을 맞춰 준비됐다. 대통령 자리가 있는 연단을 철거해 대통령과 기자단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1.5m 정도로 좁혔고, 기자단 의자는 ‘타운홀 미팅’ 형식을 참조해 반원 형태로 배치했다. 과거 대통령 회견에서 질의·응답은 기자단과 대통령실의 사전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명함 뽑기’를 통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날 회견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기자단의 열띤 질문과 이 대통령의 상세한 답변이 이어지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훌쩍 넘겨 행사가 종료됐다. 이 대통령은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넥타이를 한 차림이었다. 기자회견 초반 “색깔 같은 쪽만 쓰면 위험하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냈는데, 이를 기자회견 복장에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홍보소통수석실 중심으로 기획된 이날 회견의 콘셉트가 ‘가깝게, 폭넓게, 새롭게’라고 했다. 대통령 자리가 위치한 연단을 없애고, 대통령과 기자단 거리를 1.5m로 좁히는 등 ‘탈권위 무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공간 구성과 관련해 타운홀 미팅 형식을 참조했다고 한다. 타운홀 미팅은 화자와 청중이 둘러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와 함께 대통령실은 정식으로 등록된 출입 기자 외에 ‘지역 풀뿌리 언론’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옥천신문·설악신문·담양뉴스·뉴스민·평택시민신문·서귀포신문 등 지역 매체 소속 언론인들은 회견장에 마련된 화상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날 회견장에 참석한 언론인은 110여 명이다.
질의·응답 형식도 기존 관행을 깼다. 과거에는 주로 대변인 등 진행자가 손을 든 여러 언론인 중 한 명을 지명하면 해당 기자가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질문자와 질문 내용 역시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회견은 기자들이 각각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로 구분된 3개의 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명함을 집어넣고, 기자단 간사가 ‘제비뽑기’를 하듯 무작위 추첨을 통해 질문자를 선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래는 대변인이 명함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공정’을 기하기 위해 기자단 간사가 뽑는 형식으로 변경했다”며 “과거처럼 ‘약속 대련’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 방식의 회견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첫 질문은 관례대로 기자단 간사가 했다.
나윤석·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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