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5억 유로’ 과징금 피하기 위해 앱스토어 규정 개편
EU 개발자들에 인앱결제 아닌 외부결제 URL 홍보 허용
새 정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보완 입법 등 대응 주목
시민이 서울의 한 애플스토어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
애플이 유럽연합(EU)에서 최대 5억유로(793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전면 개편했다. 애플은 미국과 유럽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조 단위 배상금과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수수료율을 10%대로 크게 낮췄지만,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까지 제정한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30%의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애플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추가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수수료 체계 등을 담은 앱스토어 규정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DMA는 애플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EU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빅테크 규제법’이다.
애플의 개편안에 따르면 EU 내 앱 개발자는 고객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에 더 저렴한 구매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웹사이트나 앱, 다른 앱스토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 결제 옵션을 자유롭게 홍보할 수 있다. 기존에는 광고 문구나 표현 방식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개발자들에게 부과했던 최대 30%의 수수료도 최대 15% 수준으로 낮아진다. 애플은 대부분의 개발자가 약 10%의 수수료만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정 개편은 DMA 위반으로 EU 당국이 대규모 추가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며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애플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유도 금지’(anti-steering) 조항이 DMA를 위반했다고 보고 5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앱 개발자는 애플 앱스토어보다 저렴한 옵션이 있다면 고객에게 알려 다른 외부 결제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애플이 이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를 ‘인앱 결제 강제’라고도 하는데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에서 게임 아이템과 같은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때, 애플의 결제 시스템만 쓰도록 하고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EU 집행위는 이에 위반 사항을 60일 이내에 시정할 것을 명령하고, 미이행 시 별도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애플 측은 개편안을 내놓으면서도 현재 정책이 DMA 규정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대응 의사를 밝혔다. 애플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앱스토어에 추가적인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벌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며 현재 애플의 새로운 정책이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2023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과 구글에 과징금을 각각 205억원, 475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를 최종 확정하고 집행하기 위해선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심의·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 사태에 이어 현재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방통위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 ‘2인 이상’ 정족수가 필요한 주요 안건 심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한국에서 안하무인 격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보완 입법을 통해 ‘앱 수수료 정상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EU에 준하는 초강력 규제를 꺼내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U집행위원회는 DMA에 따라 조 단위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애플을 압박,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7%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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