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택가 전경. 뉴시스
‘6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서울 아파트 74%, 18개 구 대출 감소 타격
‘6억 한도’ 이내는 노도강 등 7개 구 뿐
전문가 “2030세대, 서민 피해…규제 우회 노린 불법·편법 대출 증가 우려”
정부가 28일부터 6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이 대출액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소득이 뒷받침돼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받더라도 종전보다 대출액이 평균 4억 원 이상 줄면서 8억6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서울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소득이 높은 전문직이나 현금 부자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29일 부동산R114의 수도권 아파트 평균 시세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여신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18개 구의 대출액이 종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18개 구의 경우 비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는 LTV 50%를 적용했을 때 차주의 소득에 따라 최대 6억 원 이상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번 규제로 대출액이 6억 원 한도로 제한된다.
가구수로는 총 127만6257가구(임대아파트 제외)가 타격을 받는다. 이는 서울시내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전체 재고아파트 약 171만7384가구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4억6000만 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LTV 70% 가정시 종전에는 10억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6억 원 여신 한도로 인해 대출 가능액이 종전보다 평균 4억2000만 원 줄고, 8억6000만 원 이상의 자기 자금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평균 시세가 30억 원을 웃도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규제지역이어서 LTV 50%를 적용받아도 종전까지 1금융권에서 평균 15억 원 이상 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6억 원까지만 대출만 가능해지면서 25억∼26억 원의 이상 현금이 있어야 강남 입성이 가능해진다.
역시 규제지역인 용산구와 송파구도 평균 시세가 각각 23억3000만 원, 21억7000만 원으로 종전에는 10억 원 이상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4억 원 이상 대출이 줄어들어 현금 16억∼17억 원은 있어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값이 높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해 일부 현금 부자를 제외하곤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대출금액이 높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곳도 앞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전입의무가 발생해 사실상 토허제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주 역대급 주간 상승률을 기록한 마포구와 성동구는 현재 평균 시세가 각각 14억9000만 원, 16억4000만 원 선으로 LTV 70%가 유지될 경우 대출 가능액이 종전보다 4억∼5억 원 이상 줄면서 앞으로 대출 최고액 6억 원을 제외하고 평균 9억∼10억 원의 현금이 있어야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역시 평균 시세 14억∼15억 원대인 광진구와 양천구, 영등포구 등도 대출 최고액을 뺀 8억∼9억 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통상적으로 일반 근로소득자가 집을 사면서 LTV를 70% 한도까지 대출받지는 않고, 집값의 30∼40% 정도를 많이 받는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녀서 갭투자가 가능했는데, 앞으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이번 조처로 매수 대열에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시세 기준으로 6억 원 한도 규정을 넘지 않고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서울지역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와 중랑구 등 7개 구뿐이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 평균 시세가 6억∼8억원대로,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받아도 6억 원 이하다.
이 때문에 이번 대출 규제로 일부 서울 인기 지역의 주택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 인천 등으로 밀려나는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생애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대출의 대출 한도도 종전 2억5000만∼5억 원에서 2억∼4억 원으로 축소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2030 세대의 외곽 이탈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R114 시세 기준으로 경기도와 인천의 평균 매매가는 각각 5억8525만 원, 4억4667만 원으로 시세 자체가 6억 원 이하다.
다만 경기도에서도 평균 시세가 20억 원이 넘는 과천시(평균 20억1499만 원)와 분당·판교신도시가 있는 성남(11억9332만 원)시, 하남시(9억5708만 원) 등 3개 시는 종전보다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대대적인 대출 규제로 인해 단기 수요 위축이 예상되지만, 고가주택 지역에서 중저가 지역으로 대체 물건을 찾으려는 수요가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외 지역에선 전세를 낀 매매 형태로 우회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이번 초강력 대출 규제로 당분간 수도권 주택 시장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출받으면 실입주 의무가 생겨 당장 실수요자 외에는 집을 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단기 대부업체 자금을 활용한 편법·불법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 불법 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주택 매수 자금으로 이용하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규제를 피하려는 우회 통로가 다양화하고 교묘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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