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기술로 안전성·게임성 두마리 토끼
자동회차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차 맛보기
연방문객 50만명, 연매출 163억원
26일 오후 9.81파크 제주에서 기자가 레이싱을 끝낸 후 자동회차 시스템을 통해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도 하차장으로 자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박수빈 기자
20대 커플이 레이스 GR차량에 앞뒤로 앉았다. 신호에 초록불이 들어온 순간 차량 오른쪽에 비치된 스마트폰을 향해 일제히 "야아아!" 소리를 질렀다. '미션 성공'이란 글자가 스마트폰 액정에 표시됐다. 시속 10km로 천천히 내려가던 GR차량이 시속 60km로 급가속했다. 미션 보상품인 '부스터'였다. GR차량 앞에 앉은 남성은 "그래 이게 부스터지!"라고 외치며 웃었다.
지난 26일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9.81파크 제주의 실외 액티비티 '레이스 981'에선 이처럼 방문객들이 레이싱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9.81파크는 놀이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테마파크다.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해 레이싱 속도, 횡가속도 기록을 세세하게 수집해 대결은 물론 랭킹전까지 치르며 레이싱 게임을 현실로 구현했다.
GR차량의 부스터도 ICT 테마파크인 9.81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부스터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작동된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GR차량이 실시간으로 탑승자 행동패턴을 클라우드 서버에 전달하면 GR차량에 부스터 작동을 명령하는 구조다.
26일 오후 9.81파크 제주에서 방문객들이 레이싱 981을 즐기기 위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9.81파크는 ICT 기술을 곳곳에 도입했다. 차량 GPS를 활용한 자동회차 시스템을 도입해 방문객들이 미래의 자율주행차량을 9.81파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회차 시스템은 레이싱이 끝난 후 하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적용된다. 덕분에 핸들에서 두 손을 뗀 채 팔짱을 끼고 제주도의 경치를 구경해도 된다. 자동회차 시스템이 안전하게 하차장으로 GR차량을 옮겨서다.
실제로 GR차량을 타고 레이싱을 한 결과 운전면허가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차량에는 액셀러레이터는 없고 브레이크만 있었다. 내리막길에 조성된 레이싱 코스에서 최대 시속 36km의 속도로 각종 코너와 평경사를 내려갔다. 속도를 즐기고 싶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려가다 보니 레일 벽면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차체가 뒤집힐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실제로 GR차량은 부딪힌 순간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도로를 달렸다. 내리막길을 달리며 시속 36km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GR차량이 '삐삐' 신호를 울리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피니시 라인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자동회차 시스템을 안내했다. 현장 직원은 "브레이크를 세게 꾹 밟아주세요"라고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자 바퀴가 일렬로 재정비되더니 차량 모니터에 '자동(AUTO)'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동안 핸들이 약간씩 좌우로 움직였다. GR차량은 하늘바람이 느껴지는 속도로 도로 중앙을 유지하며 하차장까지 도착했다.
26일 오후 9.81파크 제주에서 자동회차 시스템으로 하차장에 도착한 GR차량들이 로봇을 통해 출입과 출고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속도를 즐기는 레이싱 과정에서 안전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자체 제작과 ICT 기술에 있다. 9.81파크는 GR차량부터 레이싱 트랙까지 자체 개발했다. 차체가 지상에서 5cm만 떠올라 있을 정도로 낮게 제작됐고 이탈 방지턱이 바퀴의 무게 중심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차체가 도로를 벗어날 위험도 없다.
휘발유가 아닌 모터로 차량을 구동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 자동회차 시스템도 0.1초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활용해 차량 이탈률이 낮다. 이창혁 9.81파크 리더는 "자동회차 시스템은 1km가 넘어갈 수록 이탈률이 높아지는데 GPS 정확도를 높여 이 부분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ICT 기술로 게임적 요소도 더했다. 단순히 레이싱만 즐기는 게 아니라 PC 게임인 카트라이더를 하는 것처럼 운전 중 아이템을 쓸 수 있다. '배틀 패키지'를 구매한 방문객은 레이싱 1코스에서 팀전을 치르며 공격과 방어 아이템을 쓸 수 있다.
예컨대 9.81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공격 아이템을 쓰면 GR차량이 이를 인식해 10초간 정지하는 식이다. 방어 아이템은 '반사' 기능으로 오히려 공격 아이템을 쓴 레이서를 10초간 멈추게 할 수 있다. 비슷한 레이싱 액티비티인 루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6일 오후 9.81파크 제주에서 방문객들이 레이싱 981을 즐기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이 같은 차별화로 9.81파크는 연간 방문객과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9.81파크 제주의 연간 방문객 수는 2023년 47만여명에서 지난해 6% 증가한 약 50만명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146억원, 2023년 144억원으로 14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19억원 증가한 1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제주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긍정적인 성장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약 1339만명으로 집계돼 2023년 대비 약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주 관광객은 2022년부터 13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9.81파크는 ICT 기술을 활용해 게임 요소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친 대결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리더는 "구글 글라스 등으로 메타 981이란 이름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경쟁할 수 있는 대결을 구상 중"이라며 "ICT 기술로 게임 요소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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