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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회 승인 없이 이란 공습
이스라엘 네타냐후 사법부 무력화
이란 헌법수호위 국가 위에 군림
퓨리서치 “권위주의 선호 국민 증가”
한국의 권위주의 선호도 40.0%
퓨리서치 발표 10개월 후 불법계엄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참전했다. 모든 전쟁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기 힘들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이번 무력충돌은 유독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하다. 세 나라의 역사상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그 모습 그대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22일 의회 승인 없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사진 | 뉴시스]
이란·이스라엘·미국이 권위주의 체제에 가까워지는 경향은 최근 열린 대형 반정부 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란에서는 2022년 22세 쿠르드족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후 구금 상태에서 의문사했다.
그러자 이란 31개주 100개 이상 도시에서 대형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들이 주도한 이 시위에서 2만명 이상이 체포됐고, 시위대 중 한명인 40대 남성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시위에서 총기 발사로 7명을 살해했다는 혐의였다. 피해자 유가족조차 총격범은 시위 진압대였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6월 11일 교수형이 집행됐다.
미국에서는 진보 시민단체 인비저블이 주도한 '왕은 없다(No Kings)' 시위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에 진행된 육군 창설 25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 맞춰 발생했다. 2100개 이상 지역에서 5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반이민 시위 진압을 위해서 주 방위군, 해병대를 투입하면서 시위가 격화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인 히스타드루트는 2024년 9월 2일 총파업을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휴전할 것을 요구했다. 총파업 시위 슬로건은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였다.
히스타드루트 소속 노조원은 이스라엘 인구 930만명 중 9% 이상인 80만명에 달한다.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노조가 휴전을 요구한 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히스타드루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3번째 집권한 이후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을 시도했을 때도 반대 시위에 나서 결국 입법을 좌절시켰다.
3개 나라 정부가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인 건 이번 개전開戰 과정에서만이 아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선제공격에도 주변 국가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 1979년 이후 사실상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군사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리전을 치르는 군사조직들을 후원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지역 안정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란 입법부와 대통령은 선거로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라는 기관이 출마 후보자 자격을 사전에 심사한다. 선거 당선 결과도 12명이 동의하지 않으면 무효다.
[자료 | 제인스 디펜스·미국 재무부·유엔·로이터 등]
헌법수호위원회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다수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당선자를 결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성직자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부정부패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방 관련 정보회사인 제인스 디펜스 등에 따르면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2023년 기준 연간 530억 달러 이상인 석유 수입의 50% 정도를 직접 관리한다.
미국은 이란 공습 결정 과정에서 의회 승인조차 받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선전포고하지 않았다"고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데서 알 수 있듯, 의회 승인 없는 군사력 사용은 탄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군사 작전을 광범위하게 벌일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지만,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2년 이라크 공습 당시에도 '결의안' 형태로 의회 승인을 먼저 받았다. 미국 행정부가 2011년 리비아를 공격할 때 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미군이 다국적군 일원으로 참전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500명 이상을 설문해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산출하는 브라이트 라인 워치를 통해 미국의 권위주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점수는 트럼프 2기 출발 전인 지난해 11월 67점에서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55점으로 급락했다. 브라이트 라인 워치의 민주주의 점수는 0이 완전 독재, 100이 완전 민주주의를 뜻한다.
이스라엘의 권위주의 체제는 지난해 1월 독재에 가장 근접했다. 네타냐후 3기가 2022년 시작한 후 삼권분립, 정교분리 원칙을 수시로 무시하더니 급기야 사법부 장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독립된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네타냐후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의회가 과반수 표결로 무효화하고, 대법원이 가진 법률안 거부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대법원이 한표 차이로 이를 부결시켰다.
이스라엘의 권위주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공격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강화했다. 당시 이스라엘 사망자는 1139명이었는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만 2025년 5월까지 5만3475명이 사망했다. 국제법은 선제공격을 반격한 행위더라도 비례적으로 지나친 살상은 금하고 있다.
국제법위원회의 '국가 책임에 관한 규칙' 52조는 "피해를 본 것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비례성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암살, 특정 단체 말살은 물론이고 가자지구의 인종청소 혐의 등 각종 전쟁범죄에 연루돼 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2024년 5월 하마스 지도부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12년 9월 유엔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2024년 2월 '권위주의 체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어떻게 권위주의 정부를 만들려고 하나'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에서 독재 체제인 권위주의를 선호하는 대중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퓨리서치가 24개국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0%가 권위주의 체제를 지지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응답자들이 강력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 강력한 지도자가 의회 또는 법원의 간섭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제, 군대에 의한 국가 통치 항목에 동의를 표하면 권위주의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 조사는 결과적으로 현실이 됐다. 한국은 당시 권위주의 체제 선호도가 무려 40%에 달해 서구권 국가들 평균 선호도의 두배에 가까웠다. 권위주의 선호도는 미국이 32.0%, 이스라엘 26.0%, 독일 17.0%, 스웨덴 8.0%였다. 퓨리서치센터가 보고서를 낸 지 10개월 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군대를 의회에 투입하는 불법 계엄을 실행에 옮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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