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 지명
소상공인 육성에도 진심…업계 '현장 전문가' 기대감
한성숙 후보자의 네이버 대표 시절 '네이버 커넥트 2020' 기조연설 모습. 2019.10.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이정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국내 대표 '빅테크'(IT 대기업)로 성장한 네이버를 6년간 이끌었던 인물이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육성과 소상공인 지원을 총괄할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것이다.
이번 지명은 민간 출신, 특히 벤처·IT 업계 경험을 지닌 전문가가 정부 부처를 이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후보자가 장관직에 최종 임명될 경우, 중기부 역사상 첫 민간기업 출신 장관이자, 빅테크 CEO 출신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한성숙 후보자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네이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키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기존 검색 중심의 포털 서비스에서 모바일 플랫폼, 커머스, 콘텐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주역이라는 평가다. 라인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성장도 주도했다. 무엇보다 6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네이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리더십과 기획력에 대한 새정부의 기대가 높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네이버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활동하며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2024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 후보자는 여전히 유럽 사업 확장의 핵심 책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한 후보자가 네이버 재직시절 벤처 스타트업계 육성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 재임 시절,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담당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D2SF(디투스타트업팩토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D2SF는 2015년 출범 이후 115곳 이상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96%가 살아남았다.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생존율이다.
또한 2014년 설립된 민간 비영리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대한 네이버의 장기적 후원도 그가 대표로 재직 중일 때 연장됐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당초 약속한 5년 지원이 끝난 후에도 연장을 결정한 인물이 바로 한성숙 당시 대표였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로서 한 후보자와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썼던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한성숙 대표가 1세대 창업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벤처 생태계를 경험했고 이후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며 "네이버 출신의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도 그렇고 한성숙 전 대표도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성숙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 시절 창작자, 소상공인이 네이버의 핵심 파트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다 지속적이고 확장된 AI 기술플랫폼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2018.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 후보자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낸 인물로 꼽힌다.
네이버 대표 시절 직접 추진한 ‘프로젝트 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창업을 돕고, 브랜드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한 캠페인이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 교육과 성장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 소상공인 업계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우선 정책 사안으로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을 요구했는데, 한 장관은 민간 전문가로 소상공인 관련 정책에 현실감 있는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성진 대표는 "한성숙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 시절 '프로젝트 꽃'이라는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했기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과의 관계도 좋다"며 "벤처·스타트업 경험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쪽 경험도 고려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민간에서 실제로 ‘성장’을 경험한 수장이 중기 정책을 맡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은 크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다소 이념 중심으로 흐르던 정부 정책 기조가, 실용과 성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2019~2021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으며 정책·산업 양쪽을 조율한 경험도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정책 수립 시 ‘현장과의 괴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네이버 자체가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상징적 존재”라며 “기업 현장을 경험한 인물이 정책을 설계하면, 업계의 어려움을 제대로 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지명이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으로 이어질 경우, 중기부는 단순한 정책 집행 부처를 넘어 산업과 시장을 직접 연결하는 실천형 부처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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