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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의 공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한지 하루 뒤인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을 포함한 주요 핵시설 지역에 엿새째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고 이란도 이에 맞서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1’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는 등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는 바람에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테헤란 전역에 걸쳐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오전 5시쯤에는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음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테헤란 메라바드 국제공항 남부의 주거지와 군사 시설, 제약 관련 시설 등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50대가 넘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지난 몇시간에 걸쳐 테헤란에서 공습을 수행했다”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로 테헤란에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지대지·지대공 미사일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와 부품생산 시설도 이번 공습 대상에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8일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원심분리기 생산시설 2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IAEA는 “테헤란의 테헤란연구센터(TRC)와 인근 카라지의 공장이 타격을 받았다”며 “원심분리기 부품을 제조 및 생산하는 두 건물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원심분리기는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U-235의 농도를 높이는 장치로 핵무기 제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에 필수적이다.

이에 전날까지만 해도 3국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와 핵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을 조여오자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새벽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며 전투를 선포한 것이다. 시오니스트 국가는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표현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파타-1 미사일을 발사했다. 수비대는 이어 성명을 통해 “오늘 새벽 자랑스러운 ‘진정한 약속3’ 작전의 11단계를 수행했다”며 “파타 미사일 배치는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으로 이란군은 점령된 영토의 상공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파타-1은 이란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로 2023년 처음 선보였다. 중간비행 단계에서 최대 마하 13∼15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최장 사거리는 1400㎞다.

키우마르스 헤이다리 이슬람혁명수비대 지상군사령관은 국영 IRNA통신을 통해 “향후 몇 시간 내로 새롭고 진보된 무기를 동원한 맹렬한 공격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확도와 파괴력이 높은 장거리 드론 수백 대가 텔아비브와 하이파 등 전략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을 탈출하려는 행렬로 도로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국영 IRIB방송과 이스람혁명수비대 산하 반관영 타스님통신 등은 이날 오후 수차례에 걸쳐 이란이 추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스라엘이 테헤란 방송국 건물을 공습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양측의 대규모 보복 공습으로 전운이 짙어지면서 테헤란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피란 행렬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테헤란 도심을 빠져나가는 도로에 수많은 차량이 빽빽하게 늘어서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한 모습이 포착됐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시민들로 인해 도시 외곽 도로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며 “주유소 앞에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을 떠나기 전 연료를 채워넣기 위해 주유소에도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테헤란 주유소의 주유량이 25ℓ로 제한됐으며 일부 지역 현금 인출기는 인출 가능 금액이 제한돼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테헤란의 밤은 많은 상점이 문을 닫거나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조용해졌다. 한 테헤란 주민은 AP에 “아무도 이 도시에 살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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