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를 활용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유튜브 ‘wadeanddani’ 갈무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높은 비용과 거추장스러운 장비로 무시당했던 ‘위성통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전쟁, 실종, 응급 구조 등 위험 상황에서 끊김 없는 연결을 제공하며 지상 통신망과는 다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한국 진출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는 지상망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위성통신기업들은 해양·선박과 저비용항공사(LCC) 등 ‘틈새시장’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비싸고 불편해” 무시했는데, 의외의 결과
위성통신이란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과 안테나 혹은 단말기를 연결해 문자, 통화, 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에서 300~1500㎞ 떨어진 저궤도 소형 위성과 연결해,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보다 빠른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교하면 안테나 등 추가 설비가 필요하거나 비용이 더 비싸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를 주거용으로 이용하려면 미국 기준 월 120달러(약 16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안테나 단말기 비용 349달러(약 47만원)는 별도다.
안테나를 활용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스페이스X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지상망이 붕괴된 겨우에도 위성통신이 끊김 없는 연결을 제공하면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 인프라가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22년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청을 받은 뒤 48시간 만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별도의 안테나 없이 스마트폰 등 단말기와 위성을 직접 연결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일로’도 안전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카일로에 따르면 지난달 실종 아동, 외진 지역에서의 차량사고, 의료 상황 등에서 위성통신을 통한 긴급 메시지가 이틀에 한 번꼴로 수신됐다.
스카일로는 구글 픽셀폰에 지난해 3월부터 위성통신을 통한 SO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분기부터는 문자 서비스도 도입했다. 미국 버라이즌 통신사를 활용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에서도 위성통신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피트 살라디노 스카일로 글로벌 마케팅 총괄은 1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카일로는 안드로이드에 통합돼 있어 매끄러운 사용이 가능하다”며 “119, 911 등 긴급 구조 번호를 입력했으나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경우, 스마트폰과 위성을 연결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군 수뇌부와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
스타링크·원앱·아마존 줄줄이 한국 진출
해외 위성통신 기업들도 속속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유탤샛원웹은 과학기술정통부로부터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공급에 관한 협정을 모두 승인받았다. 스카일로는 국내 통신사와 협업 논의가 진행 중이며, 아마존도 국내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상 통신망이 발달한 국내에서는 위성통신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 스카일로에 따르면 미국인 1000명 중 59%가 매주 통신 연결에 문제를 겪고 있고, 20%는 매일 문제를 겪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교외 지역을 포함해 통신 음영지역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해양·선박과 저비용항공사(LCC) 등 틈새시장에서 위성통신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항공기 내 고속 와이파이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장기 항해 선박의 선원들에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통화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피트 살라디노 스카일로 글로벌 마케팅 총괄은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스카일로 제공]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스카일로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지난해 엑시노스 모뎀 5400의 인증을 완료하고, 갤럭시 S25 시리즈에 위성 SOS 메시지 기능을 적용했다. LG전자와는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5GAA’에서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과 위성연결을 결합한 차량용 긴급 대응 기능을 공동 시연했다.
살라디노 총괄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 등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며 “스카일로는 여러 제조사와 협력해 다양한 디바이스에 위성통신을 통한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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