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공장 전경.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 중이던 휴젤이 돌연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첫 액상형 제품 개발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지만 사업성 재검토 끝에 기존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리한 투자를 피한 선제적 판단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휴젤은 18일 리도카인 함유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 'HG102' 임상 3상 시험의 조기종료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휴젤은 기존 제형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멸균 생리식염수를 서서히 주입해 용해·희석해야 하며 이후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생리식염수 주입 시 추가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 희석할 때 거품이 일거나 세찬 동요가 발생할 경우 의약품이 변성될 가능성도 있다.
휴젤은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며 임상 3상을 올해 10월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다 이날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HG102 임상 시험의 조기 종료를 결정하게됐다"며 돌연 임상 중단 소식을 전했다.
국내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중 메디톡스의 '이노톡스'와 같은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미미하다. 휴젤은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89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매출이 40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8% 급증한 수치다. 특히 중국, 호주, 대만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보툴렉스가 진출해 있는 70여개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진출 국가에서도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개발된 적 없는 e형 톡신 개발, 추가 적응증 확보 등을 위한 전략적인 연구개발(R&D)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휴젤은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6.95% 오른 38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임상 중단 소식에 주가 하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휴젤의 이번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임상을 이어가는 것보다 자진 중단을 하면 손실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여기서 비용을 아껴 다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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