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당국, 특정 품목 가격 뛰면 마이크로하게 봐야
올해 라면 등 가공식품 73%, 가격 줄인상
주거비 부담 물가 영향↑…정부, 수도권 공급안부터
추경, 경제상황 안 좋아 성장 영향>물가 영향
재정 한계, 보편적 지원보다 선택적 지원 효율적
"가격 통제라고 얘기할 것까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정부가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일각의 시각에 대한 질문에 "특정 품목의 가격이 올라가면 물가관리당국에서 마이크로하게(세부적으로) 들여다본다. 공급 요인인지, 특별히 올라간 이유가 있는지를 세세하게 보고 생산자와 협의하고 관리하는 건 당연하다"며 "이런 하나하나를 두고 가격 통제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주거비 부담 물가 영향↑…정부, 수도권 공급안부터
이 총재는 현재 물가상승률은 목표(2.0%) 수준에서 안정적이지만, 체감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아 국민이 느끼는 어려움은 큰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수도권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꼽았다. 그는 "수도권 집값이 올라가는 건 금리 인하 추세와 함께 몇년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새 정부는) 처음부터 이 기대감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으로 수도권 공급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근본적으로는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몰려오는 유인을 낮출 거점도시 개발, 대학의 지역 할당 선발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은 역시 경기를 고려해 금리 인하기에 있으나, 과도하게 인하 기대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필수 소비재 가격은 낮은 생산성과 높은 거래비용 등 구조적 문제로 주요국과 비교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식주 등 필수재 물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2~1.6배에 달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 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를 거치며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올해 들어 가공식품 줄인상이 가세하면서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9.1%에 달했다. 이 총재는 높은 생활비 수준과 가계 부담, 소비 활력 저하 문제 해결하려면 공급 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구조개혁 방안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갈등에 국제 유가 75달러 유지 시, 내년 물가 0.3%P↑
하반기 물가상승률 역시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핵심 변수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다. 한은은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확대로 국제유가가 내년까지 배럴당 평균 75달러를 유지할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이 '5월 경제전망' 대비 0.1%포인트 상승하고, 내년에는 0.3%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한은은 국제유가가 올해 평균 69달러, 내년 65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가정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9%, 1.8%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도 논의되고 있으나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유가가 ( 물가 등)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이 크다. 더 악화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20조원 안팎, 전 국민 주되 형편에 따른 차등 지원 등 얼개가 나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승수효과가 다르므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한 후에 언급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현재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결정 전부터도 추경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물가에 주는 영향보다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엔 한계가 있으므로 보편적 지원보다는 선택적 지원이 효율적이라고 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은 20조원 안팎의 추가 추경 시 집행 시기로 인해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내년 물가는 약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되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 발행되는지, 준비자산을 어떤 형태로 할지에 따라 통화량 변화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고, 이로 인해 외환관리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급결제 업무가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으로까지 확대되면 은행의 수익성이나 사업구조 변화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가 자리 잡히는 대로 부처 간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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