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회장, 장남에 주식 반환 소송 제기
차녀 손 든 창업주…“경영질서 훼손 안돼”
관건은 ‘부담부 증여’ 해석…지배구조 재편되나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콜마그룹의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윤상현 콜마홀딩스(024720)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200130) 대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부자 갈등으로 확산하면서다. 아버지인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이 장남을 향해 법적 조치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상현(왼쪽) 콜마그룹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사진=콜마홀딩스)
18일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콜마그룹 창업주인 윤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남인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윤 부회장에게 부담부 증여한 주식을 돌려받기 위한 조치다. 부담부 증여란 일정한 조건이나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
이번 소송은 윤 부회장과 윤 대표 남매가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출발했다. 아버지인 윤 회장까지 나서 윤 부회장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면서 사실상 윤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다. 윤 회장은 “지난 35년간 키워온 콜마그룹의 창업정신과 경영질서를 더 이상 훼손하도록 두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전했다.
“경영합의 조건으로 증여한 주식 돌려내라”
분쟁의 시작은 201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 회장은 윤 부회장, 윤 대표와 함께 콜마비앤에이치의 향후 지배구조에 관한 3자간 경영합의를 체결했다. 윤 부회장에게 한국콜마(161890)와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윤 대표에게 건기식 사업을 담당하는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을 각각 맡기는 게 골자다.
해당 합의에는 윤 부회장에게 그룹 운영을 맡기되 그가 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하거나 콜마홀딩스로 하여금 지원 또는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회장은 이런 경영 합의를 전제로 윤 부회장에게 2019년 12월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는 무상증자로 460만주)를 증여했다. 윤 부회장은 해당 증여 계약으로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 1793만 8966주 중 542만 647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30.25%)가 됐다.
하지만 최근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경영진 재정비에 나서자 남매 갈등에 불이 붙었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25일 윤 대표에게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097950)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토록 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하지만 콜마비앤에이치는 윤 부회장의 이같은 주주제안이 경영 합의를 위배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윤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본 소송은 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권한을 남용해 합의한 승계구조의 일방적 변경 시도에 따른 조치”라며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의) 이런 행태를 알았다면 해당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며 대상 주식은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이사회 개편을 거부하자 콜마홀딩스는 지난달 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제기했다. 윤 대표도 지난 10일 대전지법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의 위법성을 다루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대전지법은 이날 심문기일을 열어 일차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살필 예정이다.
윤여원 지분구조 불리…법적 해석 여지 남아
남매에 이어 아버지까지 법정 공방에 나서면서 콜마그룹의 지배구조가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실상 윤 회장이 윤 대표 편에 섰지만 현재 지분구조상으로는 윤 대표 측이 불리한 상황이다. 콜마홀딩스가 보유한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율은 44.63%에 달하지만 윤 대표 지분율은 7.72%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부담부 증여 계약의 해석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부회장의 지원 혹은 협조를 전제로 윤 회장이 주식을 증여했더라도 약속 미이행 시 반환 여부 등은 법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있어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경영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증여했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영 합의서는 콜마비앤에이치와 콜마홀딩스의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부회장’이 ‘윤 대표’를 지원 또는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예 없다”면서 이행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법적 해석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지원 또는 협조에 관한 사항은 분명히 명시했다”고 맞섰다. 이어 “이번 법적 대응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이 아니라 자회사 경영의 독립성과 건전한 기업 운영을 수호하기 위한 창업주의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지주사의 일방적 경영개입을 저지하고 계열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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