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등 자국 AI로 군사 모델 무장
美, 챗GPT와 손잡고 AI 시뮬레이션 도구 개발
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제공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의료를 넘어 첩보전에도 투입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각종 개인·기업 정보를 무작위로 탈취하거나 AI 기술 자체를 빼내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AI를 직접 첩보 작전에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수집 정보 분석, 심리전, 전장 시뮬레이션까지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정보기관과 군 조직에 도입하고 있다. 미국도 중앙정보국(CIA) 중심으로 AI 기반 분석과 작전 설계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정보기관 간 'AI 기반 첩보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이버 보안 분석업체 레코디드퓨처 산하 인식트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정보기관과 군 관련 조직을 중심으로 AI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 분석 자동화 수준을 넘어 작전 기획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정보기관의 특허 출원, AI 조달 계약, 연구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다양한 형태의 LLM을 혼합해 사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특히 LLM은 대규모 데이터를 인간 언어로 분석·요약하는 기술로 중국은 이를 활용해 수집된 통신·위성·감청 정보를 빠르게 분류하고 전장 상황을 판단하는 데 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사용하는 모델은 메타, 오픈AI 등 미국산 LLM을 비롯해 자국 기술 기업이 개발한 딥시크, 지푸 AI 등의 모델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딥시크는 지난해 말 공개 직후 군 관련 조달 기록에 등장할 만큼 빠르게 전력화되고 있는 모델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 및 정보기관에서 미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참조한 뒤 자국 기술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AI 활용은 정보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중국이 LLM과 생성형 AI를 활용해 정보 해석은 물론, 군 지휘관의 목표 설정과 작전 계획 수립에까지 AI를 투입하려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국의 군사 연구기관인 오드넌스 과학연구원은 여러 종류의 정보를 결합해 군사 모델을 학습시키는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 특허에는 AI가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우군·적군 병력 판단 및 작전 시나리오 수립까지 보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이 헤이버 인식트그룹 수석애널리스트는 "해당 특허는 AI가 정보 수집부터 분석, 실행계획 도출까지 전 주기에 개입하는 체계를 상정하고 있다"며 "중국은 단순한 분석 보조가 아니라, 첩보 판단 자체를 AI에 맡기는 구조를 실험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기관도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CIA는 최근 외국 지도자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수집된 정보와 과거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인물의 반응을 예측해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 결정은 물론, 비공식 접촉이나 외교 작전에 있어 '디지털 브리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실전 적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아울러 미 국방부는 최근 오픈AI와 2억달러(약 273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정부를 위한 오픈AI(OpenAI for Government)' 프로그램을 통해 행정 효율화는 물론 사이버 방어, 무기 획득 프로그램 고도화에도 생성형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사이버 분야에서는 적의 침입 패턴을 자동 분석하고 선제적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데 LLM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NYT는 "중국은 방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미국보다 정보 수집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생성형 AI 기술이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에는 AI 모델이 수집된 방대한 통신 정보를 스캔한 뒤 인간 분석가가 집중할 만한 핵심 정보만 선별해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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