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글로벌 시장은 IT를 넘어 제조, 자동차,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9년부터 가이아엑스(Gaia-X)를 통해 산업 간 데이터 공유 프레임워크를 정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완성차 공급망을 아우르는 글로벌 탄소배출 데이터 플랫폼 카테나엑스(Catena-X)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데이터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계 또한 카테나엑스 도입을 예고하면서, 산업데이터 표준의 글로벌 운용성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제조업 시장은 데이터 표준 없이 각기 다른 명칭과 체계를 사용한 시스템 운영이 일반적이다. 이는 설비 교체나 유지보수 업체 변경 시 비효율을 유발하고, 글로벌 공급망과의 연결성 약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공급망 내재화,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 탄소중립을 둘러싼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이 국내 제조업을 압박하는 가운데, 데이터 표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산업데이터 표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증 과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인 '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기반 구축 과제'는 '제조 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허브 센터'를 중심으로 제조 산업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여 다양한 설비와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예지 보전, AI 활용까지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데이터 규격체계로 'AAS(자산관리쉘, 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채택하고, 기업 간 데이터 연계를 촉진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AS는 기계, 장비, 부품과 같은 자산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일관되게 표현하는 국제 표준 메타모델(IEC 63278)로서 제조 데이터의 '공통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기획하고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주관으로 한국생산성본부(KPC), 한국산업지능화협회, 경기테크노파크가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하여 산업 현장과 연계한 실증 프로젝트를 통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KETI, 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로드맵 공개…‘표준 허브 센터’ 구축 본격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산업데이터 표준 로드맵 발표전경
이와 관련해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하 KETI)은 지난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5)'에 참가해 제조 산업데이터 표준의 확산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2024년부터 제조 현장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표준 규격 체계와 데이터 협력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자율 제조와 산업 AI 기반 전략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산업계 전반의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조 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허브 센터' 구축 계획도 공개됐다. 센터는 표준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제조 데이터 표준 레포지토리 허브, 실증형 테스트베드, 표준 기반 지원 소프트웨어 툴 등을 주요 성과물로 제시했다.
KETI 송병훈 센터장은 “산업데이터의 표준화는 자율 제조와 AI 기반 전환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며 “기업들이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제조업 AAS 인지도 44% 불과…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급선무
한국생산성본부 산업데이터 표준 설문조사 주요결과
한국생산성본부(KPC)는 이번 산업데이터 표준화 과제를 실효성있게 추진하기 위한 수요조사로서 제조업 현장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산업데이터에 대한 인지도 및 적용 한계를 파악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산업데이터 표준의 핵심인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AS는 제조 시스템 내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설비 간 데이터 연계를 가능케 하는 기술로, 스마트 제조에서 상호운용성과 자동화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AAS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는 '기술적 복잡성'(46%)이 지적됐으며, 이어 '전문 인력 및 교육 부족'(30%), '시장 정보 부재와 인식 부족'(22%)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념적 인식 부족을 넘어, 실질적인 적용 단계에서 마주하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KOIIA, 산업데이터 표준 인식 제고 위한 ‘산업 AI 특별관’ 운영
한국산업지능화협회는 3월에 개최된 AW2025에서 KETI와 '산업 AI 특별관'을 운영하며 산업데이터 표준의 인식 제고에 나섰다. 특별관에서는 산업 AI기술, MEC 기반 최적화 시스템, 산업용 로봇 기술 등이 소개됐으며, 관련 학술 컨퍼런스를 통해 현장의 스마트 제조 사례가 공유됐다.
방문객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비중이 69%에 달했으며, 실무진 방문 비율이 높았다. 관심 분야는 산업 머신 및 로봇 제어 기술(29%), 드라이브 시스템 및 구성 요소 제어 기술(27%), 소프트웨어 기술(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공 기계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이 확인되어 수도권 소재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경기테크노파크, 제조 산업데이터 표준 기반 AI 실증지원 추진…공급기업 모집
산업데이터 표준 기반의 실질적 도입을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이하 경기TP)는 '제조 산업데이터 표준 기반 AI 활용 실증지원 사업'을 본격화하며, 이를 수행할 AI 공급기업 모집을 완료하고 6월 23일까지 수요기업을 모집중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도내 미래차 분야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제조데이터 수집·저장과 AI 기반 문제 해결을 지원한다. 미리 선정된 20개 사 AI 기업은 수요 기업과 매칭되어 최대 2028년까지 사업에 참여하며, 기업당 5,115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경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제조 현장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고, AI 기반 스마트 제조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산업데이터 표준을 바탕으로 한 AI 실증은 중소 제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요기업 모집 신청 및 자세한 사항 은 경기테크노파크 성과관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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