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강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내려다 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폭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등에 비해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서울 집값 급등이 체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여력도 크게 제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상승률 70%p 더 컸다
한국은행은 18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를 열고 주택시장 양극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 중 서울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 폭 격차는 69.4%포인트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서울 집값이 2.1배 가량 오른 가운데, 전국 평균은 약 40%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격차가 커졌다. 한은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주요국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중국 등 7개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2위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베이징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폭 차이는 49.8%포인트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은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베이징의 하락률이 전국 평균 하락률에 비해 작았다. 일본(28.1%포인트)과 캐나다(24.5%포인트)도 높은 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만 놓고 봐도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한국에서 잘 관찰된다. 2019년 12월 이후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32.5%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60%)에 이어 비교 대상국 중 두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한국의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19.1%로 중국을 제외하면 밑에서 두번째로 낮은 편이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한국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잠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비수도권 광역시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의 원인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지난 10년간 지역내 총생산(GRDP)을 보면 수도권 비중이 2015년 비수도권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53%까지 커졌다. 수도권은 맞벌이 비중이 늘면서 가구당 소득여건도 더 나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 수요 측면에선 청년층 인구의 수도권 유입이 이같은 양극화를 부추겼다. 청년층은 독립가구를 형성하면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택 수요를 크게 늘리는 세대로 여겨진다. 반면 비수도권은 청년층의 유출이 일어난 가운데, 주기적인 주택경기 부양으로 인한 과잉공급이 주택 가격 약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 상승이 소비여력 제약"
주택 가격이 양극화되면서 주거비 등을 고려한 인플레이션도 양극화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가구가 부담하는 체감 자가주거비 수준은 서울이 월 229만원인데 비해 경북은 51만원, 전남 49만원 등 네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자료=한국은행
자가주거비를 고려한 물가상승률도 최대 1.9%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수도권의 2013년12월~2025년 3월 중 누적 물가상승률은 34.6%로, 비수도권 28.4%에 비해 6.2%포인트 높았다. 한은은 "누적된 체감 물가 부담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비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금융 위험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거시건전성 위험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거시정책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개발사업 부실로 인한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이 급증해 금융기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주택시장 양극화를 막기 위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수도권은 대출 규제를 통해 쏠림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광역교통망을 포함한 신도시 건설도 제안했다. 지방은 경기 회복을 위한 건설투자 부양책은 자제하고, 부실사업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쏠림을 막는 지역거점도시 육성 등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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