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1편
객차 CCTV 실시간 송출 불가능
서울교통공사 “현재 녹화만 가능”
오세훈 “사고 실시간 모니터링 못해”
14년 전 개발한 실시간 전송 기술
5~8호선 역사에 시스템 구축 계획
실시간 전송장치 몰랐나 방치했나
서울교통공사 2009년 문건 공개
시범운행 영상에 담긴 전송기술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실태는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또 터진 방화 사건
5월 마지막 날, 지하철 5호선(마포역~여의나루역)에서 터진 '방화 사건'. 이번에도 지하철 객차 내 CCTV는 무용지물이었다. 객차 여기저기 붙어 있는 CCTV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었다. 기민한 기관사와 침착한 시민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 재앙災殃의 덫에 걸렸을지 모른다. [※참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하철 '한칸'의 공식 명칭은 객차다. 열차는 모든 객차를 의미한다.]
# 반복되는 해명들
사고만 터지면 늘 그렇듯 이번에도 정부, 지자체,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줄줄이 입을 열었다. 뻔한 말이지만 어디 한번 들어보자. "열차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란 어렵다. 설비를 마련하려면 1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오세훈 서울시장)."
"지하철 CCTV는 원래 녹화용이다. 영상의 용량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은 안 된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다(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쉽게 말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CCTV 시스템'이 없다는 건데, 사실일까.
# 어디론가 사라진 기술
더스쿠프가 이 질문을 풀기 위해 3년 전 취재했던 '보도물'을 소환했다. 2022년 5월 단독 취재한 내용이다.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우리나라는 이미 14년 전에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CCTV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이 기술의 명칭은 CCTV용 18기가(GB)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이하 18기가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이다. 서울교통공사는 14년 전인 2011년에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실시간 화면을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취지는 "지하철 5~8호선 148개 역사와 객차 1558칸에 IT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열차운행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거였다.
[사진 | 더스쿠프, 뉴시스]
#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걸까. 모르는 걸까, 뭔가 감추는 걸까. 내밀하면서도 복잡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본편'에서 다루기로 하자. 여기선 문건 1장과 짧은 영상만 공개한다.
이 문건은 2009년 8월 13일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시철도공사)가 '18기가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을 개발한 중소기업 미디어퍼프플러스에 보낸 통보문이다. 내용을 발췌해서 보자.
"… 스마트몰 사업 무선전송시스템 기술 재시연 평가 결과 합격했음을 통보합니다. IT 시스템 구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설계서 승인 등 제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 실시간 전송 기술의 함의
그렇다면 '18기가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이 전송한 영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래 영상은 2011년 5월 26일과 2013년 10월 10일 서울교통공사와 미디어퍼프플러스가 함께 촬영한 시범운행버전 중 하나다. 구간은 지하철 7호선 청담역~뚝섬유원지역이다.
화면①을 보자. 서울 지하철 7호선(상행선)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로 향하는 열차 기관실 안 왼쪽에 모니터 한대가 보인다. 그 상단엔 '시험중 전원 OFF 금지'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4분할된 화면엔 지하철이 방금 출발한 청담역 승강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다.
화면➁는 도착지인 뚝섬유원지역 승장장의 모습이다. 화면➂은 지하철 객차 안의 모습을 관제탑에 실시간으로 전송한 것이다. 달리는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인다.
[영상 | 더스쿠프]
#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어떤가. "현재 실시간 전송 시스템은 없다"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12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시장의 발상은 또 뭔가.
"지금은 녹화만 가능하다"는 그들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14년 전에 개발해 설치까지 마친 이 시스템을 지금까지 확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는 거다. 프로젝트가 멈췄든 방치했든 사실상 직무유기다.
더스쿠프가 심층취재 추적+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3년 전 보도의 소환'이란 시리즈물을 통해 이 질문을 풀어본다. 이참에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투입해 2015년에 구축한 철도통합무선망 LTE-R(LTE-Railway)의 '먹통 논란'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LTE-R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대용량 데이터와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해 사고 등을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자! 지금부터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첫장을 연다.
[본편 예고]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1편
· 박근혜 정부 프로젝트 : LTE-R과 먹통 논란
■ 지하철 객차 CCTV의 비밀 2편
·18기가 실시간 영상전송 장치 왜 묻혔나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김정덕·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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