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바닥나고 있어"…국가안보팀과 美개입 논의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가능성 거론…정권 교체 시사
항공모함·대규모 공중급유기 추가배치…긴장 고조
하메네이 "전투가 시작된다..시온주의에 자비 없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방성훈·김윤지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대응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거나 핵시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반면 개입이 실패하거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대규모 중동 전쟁에 휘말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격이 불발될 경우 오히려 이란의 핵무장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인내는 바닥나고 있다”며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다. 이어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 여부를 포함한 군사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그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제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권 교체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온 ‘강경 발언-행동 유보’ 공식에서 벗어나, 실제 군사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미국이 조만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직접적인 공격에 나서지 않았지만, 중동 지역에는 항공모함인 ‘USS 니미츠’ 전단과 대규모 공중급유기가 추가 배치되고 있다. 특히 벙커버스터 폭탄(GBU-57)을 탑재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스라엘과의 공조 아래 이란 핵시설 타격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했으나, 지하 깊숙이 매설된 포르도 핵시설은 단독 타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밀 타격 능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은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뜻을 고수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고귀한 하이다르(Haidar)의 이름으로 전투가 시작된다”며 “테러리스트 시온주의 정권에는 자비는 없다”고 경고했다. 하이다르는 시아파가 신성시하는 초대 이맘 알리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공격을 연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스라엘 내에서 24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했다. 이란은 자국 내 사망자가 224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도 중동 내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대비 4.3% 상승해 75달러선에 근접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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