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디즈니·픽사의 따뜻한 판타지 영화
슬픔, 불안 이어 ‘외로움’에 주목
전형성 벗어난 우주생명체 선보여
영화 '엘리오'를 만든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와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 도미 시 감독(왼쪽부터)이 17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부모님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는 고모 올가(조이 살다나)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고모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엘리오는 고모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엘리오는 우주로 가기를 꿈꾸며 직접 만든 외계 송수신기 해변에 설치한다. 모래사장에 하늘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큰 글씨로 “날 납치해 줘”라고 써놓고는 밤마다 대(大)자로 드러눕는다.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엘리오에게 드디어 외계 생명체가 찾아온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에서 슬픔과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룬 디즈니·픽사가 이번엔 외로움에 주목한다. 신작 ‘엘리오’를 연출한 매들린 샤라피언 감독은 17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팬데믹을 통해 우리 모두가 외로움을 경험했고, 외로움의 심리를 연구했다”며 “외로움을 느끼고 좌절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주로 간 엘리오는 고등 생명 공동체 ‘커뮤니버스’에서 특별한 친구 글로든을 만난다. 영화에서 그리는 우주 생명체들의 모습은 지금껏 관객들의 눈에 익숙했던 외계 생명체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곡선과 반투명한 파스텔톤의 색상,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질감 등으로 전형성을 벗어났다.
사진은 주인공 엘리오와 우주생명체 글로든의 모습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샤라피언 감독은 “우주 생명체들의 디자인은 심해생물과 현미경으로 접사 촬영한 곰팡이 등에서 착안했고, 외계의 지적 동물을 연구하는 세티(SETI)의 천문학자 질 타터에게 자문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매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월-E’ ‘버즈 라이트이어’ 등 과거 픽사의 SF물과는 새로운 면을 많이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전형적인 클리셰를 잘 사용하면서도 비트는 재미를 추가했다”면서 “뾰족한 이빨을 가진 우주 생명체 글로든이 처음엔 무시무시하게 보이지만 입을 크게 열면 사랑스런 캐릭터로 변신한다. 주인공이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장면은 우리가 SF물에서 수도 없이 봐 온 장면이지만,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뛸 듯이 기쁜 장면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SNS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영화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공동 연출한 도미 시 감독은 “‘엘리오’는 우주 모험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구의 한 외로운 아이가 다른 사람과 마음의 연결을 원하는 이야기”라며 “외로움을 느꼈던 제작진의 어린 시절 경험이 곳곳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처음과 끝에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외로움은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자리를 찾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드는 감정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어 더빙판에는 배우 류승룡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전체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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