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찬수 아모레퍼시픽 수석연구원 인터뷰
다쏘시스템 솔루션 활용 화장품 성분 영향 사전 예측…실험없이도 분석
3분기 미국 시장 출시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요즘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머릿결의 윤기와 매끄러움을 유지하길 원합니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에 갑자기 부풀거나 손상된 머리를 어떻게 빠르게 회복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다쏘시스템의 분자 실험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도입해 모발 탄력과 부드러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라찬수 아모레퍼시픽 재료과학랩 부장(수석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연례 기술 행사인 ‘3D익스피리언스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다쏘시스템)
아모레퍼시픽 라찬수 수석연구원은 정교하고 과학적인 헤어케어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비자 요구가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도입해 개발한 신규 펩타이드 물질은 머리카락 손상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된 저분자다. 모발의 케라틴(모발 주요 단백질) 구조를 붙여주고 회복시켜주는 본딩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라찬수 연구원은 “시중에 고분자 펩타이드가 함유된 제품은 있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모발의 투과와 결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우리는 모발 투과와 결합에 효과적인 저분자 펩타이드를 개발하여 제품에 적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쏘시스템의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성분이 피부나 머리카락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금나노 입자가 피부 장벽을 뚫고 들어가려면 어떤 코팅이 필요한지, 식물성 성분이 피부 속까지 전달될 수 있는지를 실험 없이 컴퓨터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라 연구원은 “단순 모델링만으로는 전통 기업에서 확신을 가지고 제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실제 피부와 유사한 다중막 구조를 구현하고, 손상 모발의 마찰 계수 변화를 접촉각과 당기는 힘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해내는 등 정량적 예측과 검증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신규 펩타이드가 적용된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헤어케어 제품은 올해 3분기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23년 인수한 스킨케어 업체 ‘코스알엑스’를 통해서다. 라 연구원은 “코스알엑스가 미국에서 헤어케어 분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첫 제품 사례다. 다만 제품명 등 구체적인 정보는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라찬수 아모레퍼시픽 재료과학랩 부장(수석연구원)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고 교차검증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 연구원은 “동물세포 등의 시험관 시험(in-vitro) 방식과 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과 가상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디지털 트윈 피부’ 설계도 그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기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개발팀과 공유해 2~3개월 단위로 질감, 발림성 등도 즉각 개선하고 있다. 그는 “제품의 분자 구조 설계 단계부터 실제 제형까지 연구팀과 긴밀히 협업하는 구조”라며 “펩타이드 서열 추천도 AI가 자동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실리코 기술은 특히 자사 헤어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의 다양화된 수요에 대응할 무기로도 주목받는다. 라 연구원은 “미국은 직모, 아프리카는 곱슬머리 등 국가별 인종 헤어 특성은 다르지만, 손상 복원 니즈는 보편적”이라며 “제품 출시 국가의 수요에 따라 포뮬라와 패키지를 조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연두 (yond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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