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웅 유아이패스코리아 지사장
산업 전반서 생성형AI 도입 논의 확산
보안·컴플라이언스 문제 때문에 제한
에이전트 오토메이션 접근방식 제안
기업 맞춤형 '에이전트 빌더'도 주목
조의웅 유아이패스코리아 지사장. 유아이패스코리아 제공
"대형언어모델(LLM)을 도입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이 실제로 일하려면 자동화가 결합돼야 합니다. 단순히 답변을 주는 게 아니라 실행까지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유아이패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조의웅(사진) 지사장은 "AI는 도입 자체보다 실제 기업 업무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LLM을 업무에 도입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자연어로 질문해 정보를 얻는 것은 가능해도 이후 실행까지 연결되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조 지사장은 실제 사례를 들며 현재 기업들이 맞닥뜨린 한계를 짚었다.
그는 "유통 대기업 한 곳이 LLM을 도입했지만 1~2개월 만에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AI 사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전사자원관리(ERP)나 티켓시스템 같은 기존 업무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으면 AI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아이패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전틱 오토메이션'이라는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회사는 기존에 제공해온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에 AI기반 에이전트를 결합해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이전트 AI가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면 RPA 봇이 실질 업무를 수행하고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이 전체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구조다.
조 지사장은 "기존 RPA가 손과 발 역할이었다면 에이전트 AI는 뇌 역할을 한다. AI가 자연어 명령을 이해한 뒤 적절한 봇을 호출하고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엔 다시 사용자에게 요청하는 흐름"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업무흐름을 자동화할 수 있어야 진짜 AI 자동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에이전트'가 아니라 '에이전틱 오토메이션'이란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유아이패스는 오픈AI, 엔스로픽 등과 협력해 다양한 LLM을 플랫폼에 유연하게 통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업 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이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업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조 지사장은 "중요한 건 어떤 LLM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자동화에 연결해 실행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실질적인 업무 처리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트 빌더'도 주목받고 있다. 개발 지식이 없는 현업 직원도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기반을 활용해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워크플로를 구성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유통·IT·금융·제조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6곳이 테스트에 참여 중이며, 상반기 중 적용사례가 나올 예정이다.
조 지사장은 "한국기업들은 자동화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초기 도입 단계에서 조직 내부 설득과 시스템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객사와의 첫 프로젝트를 되도록 빨리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하고 빠르게 성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제 AI를 써보는 수준에서 벗어나 업무에 필요한 형태로 직접 만들고 구성하는 시대가 열렸다.글로벌에선 이미 보험사, 헬스케어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도 에이전트 빌더가 쓰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업들이 AI에이전트를 빠르게 도입하지 못하는 또 다른 큰 이유는 보안에 대한 우려다. 특히 금융기관, 병원, 공공기관 등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생성형AI의 활용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대한 내부 규제와 정책 장벽도 높다. 산업 전반에서 생성형AI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보안·컴플라이언스 문제로 인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국내외 AI 기업들은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아이패스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 명령을 자동 점검하는 '트러스트 레이어'와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작동 정확도를 높이는 '컨텍스트 그라운딩' 기능을 통해 오작동 가능성도 낮춘다.
조 지사장은 "한국처럼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을 위해 온프레미스형 AI 솔루션을 준비 중이며 올해 가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공공·금융기관도 해당 솔루션을 통해 AI 기반 자동화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 지사장은 AI의 궁극적 목적이 단순한 효율화나 인력 절감이 아니라 사람이 더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게 목적이 돼선 안 된다. 그 기술로 자동화를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사람이 할 일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기반이 돼야 한다. 앞으로는 에이전트가 얼마나 유연하게 업무를 이해하고 맥락에 따라 작업을 조율하느냐가 기술 경쟁력의 기준이 될 것"이라 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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