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설치된 오륜기. AP연합뉴스
100년 만에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다시 관중과 함께 하는 첫 번째 올림픽이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관중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올림픽의 문을 모두에게 열고, 모든 사람이 올림픽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다.
열린 공간인 센강에서 개회식을 개최하는 것도, 그랑 팔레 등 도시의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한 것도 대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번 대회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기장 안팎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함께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뒤 파리는 도시 전체가 올림픽을 위한 거대한 대회장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기대감이 높은 만큼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파리 올림픽이 강조한 가치들이 보안이나 선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어서다.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개회식 수상 행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이 선사할 새로운 경험
파리 올림픽의 방향성은 채택 종목과 경기 장소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선 그간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브레이킹이 올림픽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스케이트보드, 서핑, 스포츠클라이밍도 정식 종목으로 정해져 젊은 세대의 참여를 높였다.
브레이킹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콩코르드 ‘광장’이다. 에펠탑 인근에선 비치 발리볼, 베르사유 궁전에선 승마와 근대 5종 경기가 펼쳐진다. 개방적이고, 역사적인 공간이 올림픽 주 무대로 쓰이는 것이다. 특히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초로 주 경기장 밖인 센강에서 개회식을 한다. 각 나라 선수들은 배를 타고 입장해 6㎞ 수상 행진을 한다.
그 어느 대회보다 성평등의 가치를 강조한 올림픽이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1만500명의 성비는 각각 50%로 동일하게 설계됐다. 지난 도쿄 대회 때 48.8%였던 여성 선수의 비율을 높이고자 혼성 경기의 수를 늘렸다. 파리에서 처음 올림픽이 열렸던 1900년 여성 선수의 비율은 2.2%에 그쳤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에선 성비 균형을 이뤘다.
파리 올림픽은 또 ‘친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삼는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주로 활용한다. 불필요한 신축도 자제했다. 경기장의 95% 이상이 기존 건물이거나 임시 시설이다. 선수단 숙소엔 에어컨이 없고, 골판지 침대가 깔렸다.지난 3월 프랑스 경찰들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발생할 수 있는 드론 공격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은 한 달, 풀어야 할 숙제
활짝 열린 대회를 표방한 만큼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따른다. 특히 안보 문제가 개막 한 달을 앞둔 현재까지 끊임없이 제기된다. 테러 위협으로 센강에서 열리는 개회식 관람객 인원도 3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개회식 장소를 센강에서 국립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로 바꿀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개회식은 애초 계획대로 센강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테러 위협은 개회식 당일까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불안 요소다.
지나치게 오른 물가도 ‘배제 없는’ 올림픽을 방해하는 요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일부 지역의 주택 임대료가 3배 이상 오른 사례가 나왔다. 몇몇 호텔은 기존 예약자의 요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무더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여름 파리는 역대 가장 더운 올림픽으로 기록된 도쿄의 여름보다 더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원회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건강뿐 아니라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조처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자체적으로 에어컨을 공수하기로 했다.
철인 3종과 오픈워터 스위밍이 열리는 센강의 수질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최소 14억유로(약 2조844억원)를 들여 수질 정화 사업을 벌였지만, 최근까지 기준치를 뛰어넘는 세균이 검출됐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센강에 입수해 안전성을 입증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파리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리에 오지 말라”며 보이콧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남은 한 달, 파리 올림픽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