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본선 24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원성진 九단 / 黑 셰얼하오 九단
<제12보>(164~179)=원성진(39)의 강점은 극심한 부침(浮沈)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로 복귀하는 ‘복원력(復元力)’에 있다. 그는 2020~2021년 바둑리그 다승왕(14전 전승)에 오른 뒤 이듬해 국내외 11연패에 빠졌다. 천국과 지옥을 고루 경험한 그는 마흔을 눈앞에 둔 지금도 랭킹 10위권을 고수하며 바둑 한계 연령 기준을 높여가고 있다.
흑이 ▲에 둔 장면. 형세가 여의치 않다고 보고 비틀어 본 수다. 백이 169로 이어가면 164로 틀어막겠다는 뜻. 원성진은 잠시 숙고하더니 좌변 백 △ 두 점 구출을 미루고 164로 중원 정벌을 택했다. 수읽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164로는 169에 이어가는 것이 간명했다. 참고도를 보자. 11까지 기존의 경계선을 유지하는 정도로 백의 승리가 결정됐을 것이다.
실전에선 중앙 흑집과 하변 백집이 함께 초토화되면서 종국(終局)도 늦춰졌다. 가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아수라장이다. 대교환의 득실은 어떨까. 거의 비슷하지만 미세하나마 흑이 이득을 봤다는 결론이다. 다행인 것은 전체 형세에서 백이 아직도 우위에 있다는 점. 179 때 백이 하변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최선일지 까다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