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김승진 4단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결승에 선착했다. 4월랭킹은 전달보다 10계단 오른 42위. 이번 대회 최상위 랭커다. |
제5기 이붕배 신예최고위전 준결승3번기
엄동건 상대로 역전승 거두고 결승 선착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설욕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스튜디오 대국이 아직은 많이 긴장되는데 결승 가서는 덜할 것 같다. 저도 요새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 오늘도 3국까지 가는 일 없이 빨리 끝내고 싶다." (엄동건 2단)
"상대가 최근에 지지 않아서 저한테 패배의 맛을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상대의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고 기세가 좋지만 제 바둑을 잘 보여주면 이길 수 있지 않나 한다." (김승진 4단)
신예다운 기싸움이 느껴지는 임전 각오로도 관심을 끈 대결은 김승진 4단이 엄동건 2단을 꺾었다. 5일 오후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이붕배 신예최고위전 준결승3번기에서 2-1 승리로 결승행 티켓을 선점했다.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1국은 엄동건의 196수 불계승(1시간 14분), 2국은 김승진의 312수 반집승(1시간 48분), 3국은 김승진의 168수 불계승(1시간).
2국이 운명을 갈랐다. 엄동건 2단이 중반부터 질 수 없는 형세로 압도해 나갔으나 조금씩 추격을 당하더니 결승점을 앞두고 치명적인 실착을 범했다. 공배가 된 끝내기 실수가 최종 패착. 이 여파가 곧바로 열린 3국에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없는 역전패에 기세가 꺾였다.
"2국에서 갑자기 크게 무리하는 바람에 대마가 죽고 나서는 언제 던져야 될지 하고 있었다. 막상 미세해지길래 계속 두어 보았는데 상대가 많이 흔들렸다. 시간도 많았는데 경솔하게 빨리 빨리 두다가 2국을 망쳐서 3국은 많이 좋아진 후에도 신중하게 생각했다."
김승진 4단의 국후 소감이다. 대국 전에 상대가 조금 강하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그런 것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한 김승진 4단은 지난해 6월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 예선 승리에 이어 엄동건 2단에게 2승째를 거뒀다.
결승 상대는 내일 결정된다. 이민석-강재우의 승자와 맞선다. 지난 2월 입단한 신예 중의 신예인 이민석 초단과 강재우 초단은 입단동기이고 동문 선후배다(김승진도 같은 도장 출신이다). 모두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세 선수 간의 공식전 대결은 없었다.
"너무 운 좋게 올라가서 지금도 기분이 이상하다"는 김승진 4단은 "오늘같이 두면 결승을 허무하게 질 것 같아서 경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오늘처럼 상대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잘 두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예들의 각축장인 이붕배는 이번 시즌에 2022년 이후 입단한 49명과 최연소 기사 7명이 예선에 출사표를 올렸다. 여기서 선발된 7명과 시드 1명이 본선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선부터 매 경기 3판2선승제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것은 이붕배의 특징. 피셔방식인 제한시간은 기본 5분, 추가 20초의 초속기전이다. 상금은 우승 1000만원, 준우승 5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