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동반 부진, 수요 부진에 수익성도 나빠져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LG화학 나프타 분해시설(NCC). /사진=LG화학 제공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실적 감소 요인이었던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반등을 위해 석유화학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시장 상황이 개선돼야 하지만 여의찮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1분기 매출 12조7001억원, 영업이익 2166억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3%, 68.6%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다. LG화학은 2023년 1분기 매출 14조4863억원, 영업이익 6907억원을 거뒀다.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력 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게 실적 악화 배경으로 꼽힌다. 고객사가 재고를 적정 수준 유지한 탓에 가격 변화 요인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주효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손익분기점을 밑돌면서 나프타 분해시설(NCC) 적자도 이어졌다.
롯데케미칼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1분기 매출 4조9861억원, 영업손실 765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도 1분기와 견줬을 때 매출은 1.1% 오르겠으나 영업손실은 3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1분기 매출 4조9323억원,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반등 핵심인 중국 시장 개선은 요원하다. 지난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렸으나 첨단산업 육성 등 중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양회 내용을 살펴보면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로 첨단 제품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며 "경제가 받쳐줘야 중장기 계획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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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中 경제… 이구동성 "올해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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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한국석유화학협회 제공
양회에서 언급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5% 안팎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데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기구(OECD)는 각각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6%, 4.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WB)이 예상한 중국 경제성장률은 4.4%에 그쳤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올해 양회는 예전보다 일정이 짧아지고 내용 측면에서도 전년도와 다른 점이 없었다"며 "주택시장 부진 지속과 소비 증가세 둔화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5% 달성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는 유효 수요 부족으로 인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없다면 중국 경제 둔화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석화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초 석화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범용 분야 무한 몸집 불리기로 인해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요동치고 있다"며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도 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내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하반기가 돼야 소폭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기존 사업 쪽 투자 계획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석화 사업 경쟁력이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구조 개편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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