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이사에 박흥식 광주비아 조합장 선임
중앙회장 측근 조합장 낙하산 관례 여전
임원추천·보수·이사회 평가에 막강한 영향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 제공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핵심 구성원인 비상임이사 자리에 박흥식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이 선임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도 조합장이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를 꿰차는 관례가 계속된 것이다. 비상임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운영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농협금융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앙회의 경영 개입 여지가 있는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박 조합장을 신임 비상임이사로 선출했다. 박 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 31일까지다.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현직 중앙회장의 측근 조합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전임인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도 이성희 전 중앙회장 측근으로 분류됐다. 박 조합장 역시 강호동 회장이 추천한 인사로 전해졌다.
비상임이사는 농협금융 임추위의 핵심 구성원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임추위는 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특히 농협금융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임추위원 중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또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등 완전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해당 회사 임추위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계열 은행장 등 ‘금융 경영 전문가’를 비상임이사로 두고 있다. KB금융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신한지주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각각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모두 최근까지 은행장이 비상임이사를 맡아 왔다. 금융 경영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장이 비상임이사를 맡은 농협금융과 거리가 있다.
당장 박흥식 이사는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2명 퇴임에도 1명만 추가 선임했다. 애초 2명의 최종 후보를 선출했으나 1명이 중도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이사는 선임 전이라 임추위에 농협중앙회 인사가 없었다. 농협 일각에서는 신규 사외이사 한자리는 농협중앙회 몫으로 남겨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추가 사외이사 선임이 진행 중이고 절차가 마무리되면 임시 추종을 열 계획이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약 3주간 현장 수시검사를 지난달 29일 마쳤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중앙회-금융지주-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사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임기 첫날인 3월 7일 시작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보수위원회, 이사회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해 농협금융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농협금융이 중앙회 100% 자회사라는 점에서 경영 참여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다른 금융지주에서 하지 않는 노골적인 경영 개입 임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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