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등 여파에 보증사고 급증… 올해도 대위변제 부담 지속 전망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해 3조8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사진=뉴시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가 역대 최대인 4조원에 육박하는 등 확대된 자금 부담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조직적인 전세사기의 여파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금액이 불어난 것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1~6월)까지 보증사고로 인한 대위변제금이 지속해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자금 확충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HUG의 제31기 결산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993년 창립 이후 가장 큰 3조8598억원이며 2022년(-4087억원)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보증사고 급증이 지목된다. 지난해 전세 사기와 역전세의 여파로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늘었기 때문.
HUG가 지난해 대위변제 요청을 받아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돈은 전년(9241억원) 대비 4배 수준인 3조5540억원에 달한다.
채권 추심이나 경매 등을 통해 이를 다시 회수한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연간 58%(당해연도 회수금/ 대위변제 금액)에서 2022년 24%로, 지난해 7월 기준 15%까지 떨어졌다.
대위변제액 회수에는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문제의 부동산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피해 금액의 100%가 아닌 평균 70~80% 정도만 회수가 가능하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거래 또한 부진하며 HUG의 곳간은 갈수록 비어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2년 상반기 체결한 다수의 계약 만기가 곧 돌아오며 HUG의 경영 부담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정부는 HUG의 자본금 확충을 돕기 위해 수조원대의 현금출자에 나섰다. 지난 2월 최대주주(70.25%)인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4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국토부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 3억5964만7546주를 현물출자하고 HUG는 주당 5000원에 8억주를 신주 발행하는 방식이다. 도로공사 주식 가액은 주당 1만1122원이었다.
HUG가 국토부로부터 현금 출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839억원과 7000억원을 지원받았다. HUG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총 5조1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HUG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부터 직접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며 "올해도 전세 보증사고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사고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보증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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