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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이덕주의 전자만사] 30년전 이건희 편지가 젠슨황을 일깨웠듯이…삼성전자 신사업 발상 美빅테크를 앞서갔다

온카뱅크관리자

2025-12-14 17:07:3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젠슨황이 상기시킨 삼성전자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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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10월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악수를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4/mk/20251214170606555depe.jpg" data-org-width="1000" dmcf-mid="76jAb8YCv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4/mk/20251214170606555dep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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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악수를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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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한국 사회에 많은 놀라움을 던져줬습니다. 세 사람의 만남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황 CEO가 공개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편지였는데요. 황 CEO가 1996년 한국에 처음 오게 된 것이 이건희 회장이 황 CEO에게 쓴 편지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편지에는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던 세 가지 비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째, 한국의 모든 시민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것.
 둘째, 한국에 첨단 기술을 가져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셋째, 세계 최초로 한국에 비디오게임 월드컵을 열고 싶다는 것.
 이 중 세 번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황 CEO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황 CEO는 처음 한국을 찾았습니다.
 1996년 당시의 엔비디아는 정말 작은 회사였습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당시 첫 번째 제품인 그래픽카드 NV1이 엄청난 실패를 하고, 두 번째 제품인 RIVA 128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RIVA 128의 성공으로 엔비디아는 기사회생했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정말 정말 정말 작은 회사였죠.
 1996년의 삼성전자는 어땠을까요? 삼성전자는 1995년 매출 16조2000억원, 경상이익 3조1000억원, 세후순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합니다. 반도체 D램 시장의 엄청난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1996년 초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1조원으로 한국전력에 이은 확고한 국내 2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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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한국 최고 기업이었던 삼성전자. 하지만 이때조차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후 2025년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D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무섭게 떠오르던 삼성전자는 이를 레버리지로 해서 TV, 생활가전, 휴대전화 등의 세트 제품(완성 제품) 시장은 물론 디스플레이, 시스템 반도체 같은 부품 시장에서도 크게 앞서나갑니다. 부품에서부터 시작해 세트까지 모두 만든다는 삼성전자의 정체성은 이때 구축됩니다.
 1996년 이건희 회장의 편지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전자(테크) 산업이 어디로 향할지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인터넷, 게임, e스포츠였죠.
 삼성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구매하기로 하면서 두 회사는 보도자료를 공동으로 배포하는데요.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첫 그래픽카드 NV1에 삼성의 D램이 탑재됐고, 반도체 산업에서 최초의 상업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삼성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만들었는데요. 이는 AMD의 PC용 그래픽카드에 탑재돼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진짜 돈이 되는 HBM은 2016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P100 가속기에 공급한 HBM2였습니다. HBM이 인공지능(AI)의 훈련 성능을 크게 높여준다는 게 이때 발견됐고, 삼성전자는 이후 엔비디아의 후속 제품에 계속 제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고속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에 호퍼(H100)와 베라(V100) 시리즈에 HBM을 납품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에 결정적인 추격을 허용합니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는 지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챗GPT 같은 AI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HBM이 없었다면 AI의 성능이 이렇게 좋아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뿐인가요. 사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가 아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에서 개인용 컴퓨터, 데이터센터까지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중요한 혁신의 길목에 있던 삼성전자를 우리는 '빅테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보통 빅테크라고 부르는 회사들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같은 미국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들을 말합니다. 지금은 미국 기업 시가총액 1~8위가 빅테크 기업일 정도로 테크 기업들의 위상은 높습니다.
 가장 오래된 빅테크 기업은 1911년에 세워진 IBM. IBM은 1960년부터 미국과 전 세계를 대표하는 컴퓨터 기업이 됩니다.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테크 기업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1975년 등장한 MS와 1976년 등장한 애플로 인해 IBM은 왕좌를 넘겨줘야만 했습니다. 소프트웨어(SW)와 프로그래밍, 인터넷의 시대가 오면서 왕좌는 MS로 넘어갑니다. PC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인텔도 함께 부상하면서 '윈텔(윈도+인텔)'의 시대가 열리죠.
 하지만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서비스인 구글과 인터넷에서 물건을 파는 아마존이 커집니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페이스북(메타)도 2000년대에 등장해서 빅테크의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는 '내 손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테크 업계의 모든 규칙을 바꿉니다. 애플이 다시 세계 1위 기업이 됐고,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빼앗긴 인텔은 하락세를 걷습니다.
 PC의 시대가 끝나고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서 MS는 망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0년대에 클라우드의 시대가 시작됐고 MS,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AI의 시대도 클라우드 시대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고, 1970년대 PC의 등장으로 에지 디바이스로 넘어갔던 흐름이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나면서 서버컴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화된 서버의 시대에 중요한 반도체는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니라 엔비디아의 GPU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이 아닌 빅테크 맞춤형 반도체가 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누구의 반도체든 척척 잘 만들어주는 TSMC가 반도체 제조(파운드리)의 왕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렇게 테크 기업이 흥망성쇠를 겪고, 기술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방향이 있습니다. 바로 테크 기업이 내놓는 제품의 성능이 매년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매년 성능이 좋은 제품이 나옵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도 매년 좋아지고, 챗GPT 이후 AI의 성능도 매년 깜짝 놀랄 만큼 좋아집니다. 어떤 기업을 테크 기업이라고 우리가 부르려면 그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계속 좋아져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계속 성장의 비결 중 하나가 반도체인데요.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2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들어보셨죠? PC, 스마트폰, SW 같은 것들이 가만히 있어도 성능이 좋아지거나,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반도체의 성능이 계속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반도체 성능 개선을 주도했던 것은 인텔이었지만, 지금은 TSMC로 넘어갔고, 이제는 더 이상 미세화가 힘들어지면서 반도체를 위로 쌓고, 옆으로 붙이는 각종 기교를 부리거나, 아니면 데이터센터 단위에서 성능과 사용 전력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도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는데요. 삼성전자는 D램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한 이후에는 GDDR, LPDDR, 낸드플래시, HBM 같은 제품에서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최초 상용화와 같은 의미 있는 기록을 냈습니다.
 디스플레이 기술도 비슷합니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액정디스플레이(LCD)를 만든 회사는 아니었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기술을 선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부터 최종적인 완성 제품까지 갖춘 세계 유일의 종합 전자 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자사 완성 제품에 사용해볼 수 있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낸드플래시, OLED 같은 신기술이 삼성 제품에 먼저 적용됐고 세대를 거듭해 발전하다 보면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화제의 제품이 된 갤럭시Z 폴드7 스마트폰은 OLED와 스마트폰을 모두 만드는 삼성전자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산업의 혁신을 기반으로 세트 제품에서 지속적 진보를 만들어온 것. 그 자체가 삼성의 역사였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간 첫 HBM부터 시작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결제까지, 세상도 삼성도 잘 모르는 혁신을 삼성전자는 꽤 많이 해왔습니다. 이번 황 CEO의 방문을 계기로 저에게 든 생각입니다. 이제 우리는 삼성전자를 빅테크 중 하나라고 생각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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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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