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에서 발견된 큰광대노린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와, 예쁘다! 향긋한 꽃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5월 14일 국민대에 모인 지구사랑탐사대원들이 갓 채집한 노린재의 냄새를 맡으며 감탄했다.
지구사랑탐사대는 동아사이언스 과학 잡지 '어린이과학동아'와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2013년부터 진행해 온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은 탐사대원으로서 우리 주변의 생물 16종을 탐사해서 기록하고 과학자들은 이 기록을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
올해 13기를 맞이한 지구사랑탐사대는 재단법인 숲과나눔과 함께 '시민과학풀씨' 4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과학풀씨'는 환경과 안전, 보건 분야 연구자들이 시민과 함께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5개 팀이 선정됐다.
이날은 이 중 한 팀인 '노린내를 찾아서' 팀의 현장 교육이 진행돼 지구사랑탐사대원 28명이 참가했다. '노린내를 찾아서' 팀의 목표는 곤충 노린재의 생태를 담은 노린재 도감을 만드는 것이다. 진이수, 최유나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학생이 팀을 결성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490종의 노린재가 땅에 산다. 도심의 공원과 들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노린재는 위험을 느끼면 뒷다리 부근의 냄새 샘에서 '노린내'로 불리는 특유의 휘발성 물질을 내뿜는다.
이날 대원들은 북한산 자락의 국민대 캠퍼스 인근 숲에서 다양한 노린재를 탐사했다. 특히 노린재가 알을 낳거나 즙을 빨아먹으며 서식하는 기주식물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꽈리허리노린재의 알. 어런이과학동아 제공
탐사대원들은 가장 먼저 풀숲에 핀 메꽃 잎의 뒷면에서 노린재의 알을 발견했다. 메꽃, 토마토, 나팔꽃 등을 기주식물로 삼는 꽈리허리노린재의 알이었다. 적갈색 알 3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어 탐사대원들은 울타리용으로 많이 쓰이는 낮은 나무인 회양목이 모인 곳에서 큰광대노린재를 잇달아 발견했다.
큰광대노린재는 회양목의 줄기와 잎 등에서 즙을 빨아먹는다. 성충은 성인 손톱만 한 크기로 금색과 녹색, 적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다. 탐사대원들은 털이 있는 진한 회색의 꽈리허리노린재, 연갈색의 넓적배허리노린재도 탐사할 수 있었다.
채집한 노린재를 살펴보는 탐사대원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탐사대원들은 채집한 노린재들에게서 풍기는 냄새를 맡아 보고 감상을 나눴다. 시큼한 냄새, 꽃 향, 풀향 등 다양한 표현이 나왔다. 진이수 학생은 "노린재는 주된 먹이에 따라 오이 냄새, 식초 냄새 등 다양한 향이 난다"고 설명했다.
향을 맡기 위해 노린재를 과하게 자극하거나 괴롭히는 행동은 삼가 달라는 안내에 따라 탐사대원들은 노린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관찰했다.
이날 탐사 후 진이수, 최유나 학생은 탐사대원들에게 노린재를 동정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노린재 도감과 네이처링 등 자연 관찰 플랫폼에서 정보를 확인하거나 더듬이, 날개 등의 모양을 통해 구분하면 주변에서 발견한 노린재를 쉽게 동정할 수 있다.
이날 탐사를 마친 '임형주의 가족' 팀 임주원 대원은 "방패형의 노린재 외에 다양한 모습의 노린재를 알게 되었고 예전에 담배 냄새와 비슷한 노린내를 맡아봤는데 또 다른 향이 있다니 신기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노린재의 특성을 알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수진 기자 soo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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