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보건대 교수 “피부암 예방 효과, 10년 실험으로 입증”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주기적으로 덧바르면 좋다고 권고한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폭염(暴炎)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햇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피부암과 피부 노화를 일으켜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암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2시간에 한 번씩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권고한다.
미국 하버드 보건대의 앨런 겔러(Alan Geller)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지난 3일(현지 시각) 대학 학보인 하버드 가제트(Harvard gazette)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호주의 자외선 차단제 실험을 소개했다. 호주는 피부암인 흑색종 환자가 많은 국가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 문제가 생겨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종양이 표피 아래로 침투하지 않는 원발성(原發性)과 표피를 뚫고 들어가 다른 곳까지 전이하는 침습성(侵襲性) 흑색종으로 나뉜다.
호주는 흑색종 고위험군 1600명에게 선크림을 매일 바르거나, 재량껏 바르게 했다. 10년 뒤 선크림을 매일 바른 그룹은 원발성 흑색종 11건, 침습성 흑색종 3건이 발생했다. 재량껏 바른 그룹은 원발성 흑색종 22건, 침습성 흑색종 11건이 생겼다. 매일 선크림을 바르면 피부암 예방 효과가 2~4배 높아진다는 의미다.
호주 실험에서는 SPF 15 선크림을 썼다. SPF는 자외선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다. SPF 15는 피부 염증이나 화상, 피부암을 유발하는 자외선B를 93% 차단한다.
전문가들은 보통 SPF 30 이상 선크림을 권고한다. 앨런 교수는 “SPF 30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97%, SPF 50은 98%”라면서 “다만 100% 차단 효과가 있는 선크림은 없다”고 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는 SPF 30 선크림을 발라도 자외선 차단 효과가 충분하다”면서 “뜨거운 태양 아래 자전거를 타거나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는 SPF 50이 좋다”고 했다.
선크림은 보통 유기 자외선 차단제(우기자차)와 무기 자외선 차단제(무기자차)로 나뉜다. 유기자차는 유기 화합물이 피부에 흡수된 자외선을 열로 바꿔 방출한다. 무기자차는 무기 화합물이 피부에 얇은 막을 씌워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튕겨낸다. 유기자차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이, 무기자차는 이산화티타늄과 산화아연이 들어있다.
앨런 교수는 “전문가들은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권고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기자차는 바르기 좋지만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성분이 산호와 해양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바다에서 물놀이할 때는 지구 환경을 위해 무기자차를 사용하면 좋다”고 했다.
선크림은 크림, 젤, 스틱, 스프레이로 종류가 다양하다. 크림과 젤은 손으로 얼굴에 바르면 된다. 스틱과 스프레이는 손을 대지 않고 얼굴에 문지르거나 분사한다. 각자 피부 상태에 맞는 제형을 고르면 된다. 앨런 교수는 “스프레이는 햇빛에 노출되는 전체 신체 부위를 충분히 보호할 만큼 차단제가 충분히 발리는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외선 차단제는 최소 2시간마다 바르는 게 좋다고 한다. 앨런 교수는 “땀을 흘리거나 수영을 하면 80분마다 자주 발라야 한다”면서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발등, 목, 귀, 정수리를 포함한 모든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했다. 남성 흑색종 환자 3분의 1은 등에, 여성 환자 5분의 1은 다리 뒷쪽에 종양이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햇빛이 뜨거울 때만 선크림을 바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앨런 교수는 “날씨가 흐린 날에도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했다. 그밖에 선크림에 방수 기능이 있는지, 유통 기한이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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