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과 한 몸처럼 활동한 '생명과학교육연구회'가 미국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승만 우상화'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실이 뉴스타파 보도(교육부가 놓친 '리박스쿨' 자매단체, 교민 자녀들에게 '이승만 찬양' 교육)로 드러난 가운데, 재외동포청이 이 프로그램에 국민 세금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KHHC가 작성한 행사 모집 공고문에 “올해도 재외동포청의 후원을 받는다”며 “한국 체류비 전액 무료”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한편, 재외동포청도 재정적 지원 사실을 인정했다.
재외동포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신설한 기관이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가 만든 기관이 극우 성향 단체의 이승만 우상화 활동에 세금을 지원한 것이다.
KHHC이 운영한 미국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승만 찬양' 역사 탐방 사진
KHHC, 교민 자녀 대상 '이승만 찬양' 견학 프로그램 "재외동포청 후원"
생명과학교육육연구회(이하 연구회)는 미국 하와이에 비영리단체 ‘한국 하와이 역사 클럽’(KOREA & HAWAII HISTORY CLUB·이하 KHHC)을 설립해 미국 한국계 중고생을 대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뉴스타파는 KHHC가 작성한 역사 탐방 프로그램 관련 문건 여러 건 확보했다. 입수한 자료에는 KHHC 견학 프로그램 제목과 목적, 후원 단체 등이 담겨 있었다. '재외동포청' 문구는 행사 소개 팜플렛 '후원 항목에서 발견됐다. 재외동포청은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기관이다.
KHHC이 운영한 미국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승만 찬양' 역사 탐방 소개 팜플렛
팸플릿에 따르면, 2025년 프로그램명은 ‘한국과 미국, 우리의 연결된 역사와 미래’이었다. 일정은 2025년 6월 10일부터 22일까지로, “건국 역사의 현장에서 배우고,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정신과 대한민국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문구가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 강사진은 모두 극우 성향 역사관을 전파하는 ‘리박스쿨’ 관계자들로 드러났다.
KHHC이 운영한 미국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승만 찬양' 역사 탐방 소개 팜플렛 일부.
재외동포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KHHC가 작성한 글에서 확인됐다. 2025년 4월 KHHC 회장 길 모 씨는 KHHC 홈페이지에 프로그램 참가 모집 공고글을 썼다. 길 양은 이 연구회 대표 권 씨의 딸이다.
길 씨는 ‘2025 한국 견학 프로그램 – 한인 청소년 모집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23년부터 의미 있는 역사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며 "올해도 재외동포청의 후원을 받아 14일간의 한국 현장 학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KHHC가 작성한 다른 문건에서도 재외동포청 후원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왔다. KHHC는 하와이 주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는 문건에서 하와이 내 견학 프로그램에도 재외동포청으로부터 3,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KHHC가 미국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한 ‘이승만 찬양’ 역사 탐방 프로그램에 대해, 하와이 주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문건
재외동포청은 2023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외교부 산하에 신설된 중앙행정기관이다. 이 기관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재외동포 관련 지원, 행정, 교육, 문화 업무를 통합해 총괄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초대 재외동포청장으로 임명된 이상덕 청장은 과거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의 한국 측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4~2015년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재직 시절, 해당 협상에 참여했으며, 당시 합의는 피해자 동의 없이 진행된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뉴스타파는 재외동포청에 KHHC에 금전적 지원을 한 사실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청 대변인실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달러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KHHC 측 사정으로 행사가 취소돼 3,000달러에 대한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원사업심의위원회를 통해 후원을 결정한 것이며, 전 세계 재외동포 단체가 1,4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개별 단체의 세부 사업까지는 일일이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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