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의 집게발에 달린 감각기관 형태와 성격 사이에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집게발에 털이 많은 소라게는 대담한 성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게발에 달린 털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다.
아리 드러먼드 영국 플리머스대 생물해양과학대학 연구원 연구팀은 소라게의 집게발에 달린 털 모양 감각기관과 성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 생물과학'에 발표했다.
소라게는 위험을 감지하면 등에 짊어진 껍데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 다음 집게발에 달린 감각기관인 ‘센실라’를 이용해 주변 탐험에 나서며 환경의 안전성을 살핀다. 센실라는 곤충이나 무척추동물에 있는 감각기관으로 털이나 돌기 형태로 존재한다. 소라게의 센실라는 털 형태로 포식자를 비롯한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집게발에 센실라가 많이 분포한 소라게일수록 ‘놀람 반응’에서 빠르게 회복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놀람 반응은 큰 소리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처럼 위협으로 인지되는 주변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신체 현상이다. 소라게는 위험을 감지했을 때 껍데기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놀람 반응을 보인다.
연구팀은 소라게가 위협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놀람 반응을 관찰했다. 소라게가 탈피하는 시점에는 벗겨진 껍데기를 수집했다. 그 다음 플리머스대 전자현미경센터에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탈피한 껍데기에 달린 집게발의 센실라를 촬영해 이미지를 자세히 살폈다.
연구팀은 놀람 반응에서 빨리 회복하는 소라게를 대담한 성격을 가진 소라게로 정의했다. 대담한 성격을 가진 소라게는 일관되게 집게발에 센실라가 많이 분포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센실라가 많이 분포해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예민한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주변 정보를 더 잘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에 위협적인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소라게가 대담한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개별 동물들의 성향과 행동 차이는 주변 세계를 감지하는 능력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소라게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감각기관이 성격과 의사 결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영향으로 점점 더 많은 동물종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동물이 주변 정보를 어떻게 감지하고 생존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동물종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doi.org/10.1098/rspb.2025.0932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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