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텔 랑두 드 린트 본토벨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100년된 글로벌 운용사…채권·ESG 투자 강자
"투자 자산군·지역·스타일까지 다각화"
[한국경제TV 조연 기자]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고 있고, 우방국에 더 강한 무역·외교 압박에 나서자 미국 달러와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올 상반기에만 10% 이상 하락하며 50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기존의 국제 금융 질서가 뒤흔들리자 글로벌 큰 손들의 투자 전략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4일 투자의 재발견 <미다스의 손>에서 만난 크리스텔 랑두 드 린트 본토벨자산운용 대표는 "이 같은 변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와 감세 법안,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등 시장에서는 미국 전반에 대한 의문들이 부상하고 있고,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을 넘어서는 의미있는 변화"라고 진단했습니다.
Q.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투자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변동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변동성은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변동성은 2022년 양적완화 종료 이후 이어진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지정학적 긴장 고조도 변동성 원인 중 하나이고,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 역시 추가적인 변동성 요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투자 전략은 '다각화(분산 투자)' 가 될 것입니다.
Q.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협상이 실패하고 완화 없이 관세전쟁이 격화된다면 글로벌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물론 협상이 성사된 것은 아니니 7월 9일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협상을 마친 국가들도 일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정책이 완화 조치 없이 그대로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다만 시장은 이미 이 관세전쟁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프리뷰'처럼 미리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게 되는 데 따른 결과를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특히 연준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연말까지 연준이 두 번 이상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재정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Q. 미국 달러화는 50여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습니다. 대표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의 지위도 이전과 같지 않고요. 글로벌 투자시장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저는 달러에 대해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미 행정부는 약달러를 선호하는 입장이란 사실입니다. 그 뿐 아니라, 미국 행정부가 일부 우방국에 대해 보다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 제도 전반에 대한 의문들, 특히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달러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준 독립성 훼손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이 있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그런 시각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 세계 자산 배분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달러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벗어나 투자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매수세력(marginal buyer; 한계 소비자)' 혹은 '한계 자산배분 결정'은 점점 달러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분명 중요한 변화입니다.
Q. 지금 같은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투자 기회는 어디라고 보시는지요? 글로벌 자금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앞서 이야기한 높은 변동성과 그에 따른 더 많은 다각화, 분산투자의 필요성이야말로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핵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산투자는 여러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먼저 지리적 투자 측면인데요. 수년간 유럽과 신흥국 시장은 사실상 외면 받아 왔습니다. 이제는 이 지역들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투자 자산군의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겠죠.
스타일 다각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내에서는 퀄리티(우량주), 밸류(가치주), 그로스(성장주) 등 투자 스타일의 다각화가 가능하고, 채권에서는 절대수익(absolute return) 전략이나 토탈리턴(total return) 전략을 활용해 보다 유연한 접근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채권 시장의 경우, 오랜 기간 양적완화(QE)가 이어지던 시절과 같은 환경은 다시 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훨씬 더 기민한 운용 전략이 요구되며, 진정한 투자 기회는 바로 이런 유연한 접근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은 올 초부터 분명히 매우 흥미로운 변화들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압박도 작용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이 적어도 가시적인 미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장기적인 고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신흥시장은 투자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2021년 이후로 완전히 외면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 여전히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고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 리스크 스펙트럼이 낮은 투자에 나선다면, 신흥국의 국채(sovereign debt) - 특히 경화(hard currency) 또는 달러 표시 자산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꽤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Q. 본토벨운용이 한국에서 어떤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투자상품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지?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정교한 자산배분 운용자들이 활동하는 시장입니다. 한국에서의 투자 기회도 다각화, 분산 투자라는 주제 아래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본토벨의 운용역량을 감안한 채권 시장 내의 투자 다각화 기회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Global Aggregate Index) 대비 토탈 리턴(total return) 전략을 취할 수도 있고, 혹은 절대 수익(absolute return)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어떤 투자 기회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그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일종의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포트폴리오 구성이라고 볼 수 있죠.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논의를 현재 활발히 나누고 있습니다.
본토벨(Vontobel)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입니다. 저희는 능동적인, '액티브(active) 운용'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핵심 정체성이죠. 앞으로의 파트너쉽은 공동 투자 구조인 펀드일 수도 있고, 맞춤형 설루션을 함께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차별점은 바로 전문화된 팀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들과 함께 협업하는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투자에서 '엣지(edge; 경쟁 우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 '경쟁 우위'를 갖춘 이들에게는 기회도 분명 존재합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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