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27년까지 GaN 전력반도체 사업 정리
첨단 패키징 생산 라인으로 전환 전망… AI 칩 수요 대응
TSMC 로고./뉴스1
대만 TSMC가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한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에 따라 폭증하고 있는 첨단 공정과 패키징 역량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TSMC는 오는 2027년까지 GaN 전력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첨단 패키징(CoWoS) 생산라인 등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GaN은 질화갈륨으로, 높은 전력 변환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고전력 설비에 탑재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GaN 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경우 에너지 효율을 10% 가까이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14년 6인치 웨이퍼 팹에서 GaN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에는 저전압 및 고전압 GaN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2017년에는 GaN 전력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4일 전력반도체 기업 나비타스 세미컨덕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사 GaN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는 오는 2027년 7월 말 GaN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을 종료하고 파워칩에 양산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TSMC는 이 같은 결정이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GaN 반도체 라인이 구축됐던 공간은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해졌다.
TSMC의 사업 철수에는 중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시설 투자와 저가 공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레거시(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전력 반도체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삼안광전, 이노사이언 등이 중국의 주요 기업으로 GaN 전력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GaN 기반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중국이 생산능력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공상시보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경쟁이 실리콘 카바이드(SiC), GaN 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AI 시장 개화에 따라 첨단 공정과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TSMC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TSMC는 올 하반기부터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다.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가 지속되면서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TSMC는 2㎚ 공정이 양산 개시 4개 분기 만에 완전 가동률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2㎚ 공정에 대한 고객사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올해 첨단 패키징 CoWoS 생산능력도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웨이퍼 기준 월 7만5000장으로, 내년에는 9만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현재 주문이 쏠리고 있는 AI 칩 수요에 대응하기도 벅차다”며 “100조원이 넘게 투입된 미국 애리조나 팹 가동을 위해 기존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주력 사업이었던 GaN 전력반도체 등을 대폭 축소하고 AI 칩 제조 및 패키징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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