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현대인프라코어 합병 추진
HD현대사이트솔루션, 중간지주사 입지 흔들
"연구개발 맡고 지게차 등 자체 사업 운영"
HD현대그룹의 양대 건설기계 계열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사업형 중간지주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지게차 등 자체 사업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자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한 회사로 합쳐지면 그룹 지배구조 상 건설기계 중간지주회사가 장기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건설기계 합병에 옥상옥 구조 어찌할까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분 지배구조를 보면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로 이어진다. 지주사 아래 사업형 지주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있는 옥상옥 구조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1년 HD현대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사업형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역할은 크게 3가지다.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두면서 산업차량·건설기계용 컴포넌트 자체 사업과 건설기계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다.
자체 사업은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1년 HD현대건설기계의 산업차량 사업을 136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형 지주회사로 거듭났다. 자체 사업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개별 재무제표를 보면 작년 매출은 1조404억원, 영업이익은 108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다.
하지만 합병 이후 그룹 지배구조에서 건설기계 중간 지주회사의 필요성은 떨어지게 된다. 내년 1월 합병이 완료되면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분 지배구조는 HD현대→HD현대사이트솔루션→HD건설기계(가칭)로 간소화된다. 지주사인 HD현대가 HD건설기계를 직접 거느리는 구조가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효율성이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 분위기 바뀐뒤 자회사 합병 추진
비상장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HD현대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 2023년까지만 해도 "수년 안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엔 "상장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모회사(HD현대)와 자회사(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가 모두 상장되어 있어 이중 상장에 우려가 커져서다.
이번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 IPO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장을 통한 자금유치가 희박해지면서 합병을 통한 시너지와 비용 절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장에 베팅했던 산업은행 투자도 대박을 내긴 힘들어졌다. 2021년 KDB인베스트먼트제이호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전환사채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만기(2028년 8월 19일)까지 이자 4.35%를 받는 동시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전환우선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KDB인베스트먼트제이호는 2023년 전환사채 절반을 행사해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전환우선주 19.78%를 확보했다. 지난해 HD현대사이트솔루션는 KDB인베스트먼트제이호에 전환우선주 배당금 32억원, 전환사채 이자 87억원을 지급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지게차 등 자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회사 내 기술원이 건설기계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며 "사업형 중간 지주회사 체제를 변경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병은 두 회사의 구매와 물류 등 중복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변화에 체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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