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으면 검찰 해체 수준 개혁 당할 수도"
"내란수괴 조사받는 선배 보며 참담…외압 의혹도 챙기겠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검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7.04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임은정(51·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본 표적 수사,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밝혔다.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라며 "우리 모두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권자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검찰의 권위는 신기루가 된다"며 "지금 우리 검찰은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 진단했다. "한결같은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을 요구받고 있다"며 "우리는 주권자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늦었지만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빠른 적기"라며 "서울동부지검은 수뇌부의 결정에 수사관들이 집단소송으로 맞섰던 역동성을 간직한 곳이다. 이런 동료들이라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역대 검사장 취임사와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를 읽었다고 밝힌 임 지검장은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느냐"며 "표적 수사와 봐주기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검찰은 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을 언급하며 "숱한 피고인들이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덧붙였다.
끝으로 임 지검장은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고,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임 지검장은 취임식이 끝난 뒤 참석한 직원 및 검사들과 한명한명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앞서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검 청사에 첫 출근하며 "검찰이 지금까지 해온 봐주기 수사, 거짓말에 대해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검찰 해체에 가까운 개혁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부 반발과 관련해서는 "내부 반발은 수십 년간 반복돼온 일"이라며 "한때 우리가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지금은 내란수괴로 조사받고 있는 모습에 참담해야 할 후배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때 우리가 잘못 평가한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의식한 인사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선 "별도의 수사단이 꾸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백해룡 경정이나 박정훈 대령은 내부고발자로서 각종 시상식에서 마주친 사이"라며 "그들의 애환과 불안을 잘 알고 있어, 최대한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지검장은 검찰 내부에서 꾸준히 개혁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2007년 '도가니 사건' 공판검사로 알려졌고, 2012년 고 윤중길 씨 재심 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21년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했고,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서도 검찰 조직의 문제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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