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지아이 계열사 통합·신사옥 이전
전문인력 확보·외부와 네트워크 편해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본사와 연구시설을 이전하거나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문인력 확보 외에도 기존에 분산돼 있던 조직과 계열사를 한 곳으로 통합함으로써 조직 간 협업, 연구개발(R&D) 효율성 제고 등이 맞물린 전략적 결정이다.
서울·수도권 으로 분산된 계열사 통합·이전 '속속'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HLB그룹은 올 하반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사옥으로 그룹 내 8개 계열사를 통합 이전할 예정이다. 기존에 HLB글로벌·HLB파나진·HLB제약·HLB생명과학·HLB테라퓨틱스·HLB바이오스텝·HLB이노베이션·HLB사이언스 등 8개 계열사는 서울 송파·판교·성남·화성 동탄 등을 중심으로 R&D 및 본사 기능이 분산돼 있었다.
HLB그룹은 이들 계열사를 통합 이전하기 위해 지난해 약 900억 원을 들여 사옥을 매입한 바 있다. 각 계열사를 한 곳에 모음으로써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와 R&D 연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회사는 장기적 거점 확보를 통한 조직 재편과 협업 시너지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면역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오는 4분기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SK V1타워로 사옥을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 문정동 테라타워에 분산돼 있던 부서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건물에는 이미 자회사인 지아이셀과 지아이바이옴이 입주해 있어 향후 그룹 차원의 R&D 시너지와 통합 운영 효과도 기대된다.
이중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에이비엘바이오도 지난 5월 기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분산돼 있던 R&D 조직과 사무실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서울 도심으로의 이동은 보다 활발한 외부 협업, 투자 유치,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지난 2월에는 이엔셀과 HK이노엔도 사옥을 각각 서울과 경기도로 이전했다.
먼저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이엔셀은 기존에 청담동 본사와 하남 사무실에 나뉘어 근무하던 관리조직(전략 및 경영기획)과 연구조직(신약 및 기술개발)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송파테라타워'로 이전하면서 분산돼 있던 조직을 한 곳으로 통합했다. 회사는 이번 이전을 통해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HK이노엔 스퀘어'에서 R&D역량을 집중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 쓸 계획이다. /사진=HK이노엔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유명한 제약바이오 기업 HK이노엔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융복합 연구시설 'HK이노엔 스퀘어'를 공식 오픈했다. 이전에는 청주를 중심으로 공장과 본사를 운영하면서 서울 시내 주요 지역에 사무소를 배치해 마케팅, 영업, 또는 행정·R&D 지원 기능을 수행해왔다.
'HK이노엔 스퀘어'는 지상 10층, 지하 6층, 연면적 4만785㎡(약 1만2338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연구개발 인력 약 450여 명이 입주해 본격적인 R&D 활동을 시작했다. HK이노엔은 해당 공간을 통해 혁신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과천행을 택했다. 바로 '신흥 바이오 메카'로 떠오른 과천지식정보타운이다.
JW중외제약(JW그룹)은 본사와 연구소 등 여러 사업부문을 서울 서초에서 과천지식정보타운으로 이전하며 R&D 기능을 통합했다. 광동제약도 서울 서초 본사를 철수하고,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로 과천신사옥을 신축, 입주를 마쳤다.
또 휴온스는 안산 에리카캠퍼스 내 연구소를, 안국약품은 서울 구로·대림 연구소와 본사를 과천지식정보타운으로 이전했다.
이밖에 종근당은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중인 경기도 시흥 배곧지구에 약 2조2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바이오 R&D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전문인력 확보 등 서울·수도권 입지 '경쟁력'
바이오 산업 특성상 우수한 인력 확보와 연구소·투자기관과의 접근성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서울 및 수도권은 대학, 연구기관, 투자 네트워크, 정부지원 인프라 등이 집약돼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R&D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서울과 인근 지역은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R&D 인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며, 교통 인프라와 업무 편의성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또 글로벌 제약사 및 국내 벤처투자사와의 협력, 외부 네트워킹 역시 서울 중심부에서 보다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중심부는 단순한 상징성이 아니라, 인재 수급과 전략적 협업에서 큰 이점을 제공한다"며 "서울 및 수도권은 IPO 전략, 기술이전 협상, 글로벌 학회 참여 등에 있어 입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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