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세 46%→20%·중국 관세 우회 수단될 수 있는 환적엔 40%…인도와도 합의 조짐

미국이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에서 타국발 베트남 환적 상품엔 관세를 두 배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미국과 무역 협정을 타결한 사례로 다른 아시아국에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른바 '상호관세' 마감 시한이 다가오며 인도와의 합의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는 반면 일본은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나라들엔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서한이 발송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방금 베트남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에 따라 베트남의 미국 수출품에 20%의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무관세"로 베트남에 상품을 수출하게 된다.

미국이 지난 4월 베트남에 책정한 상호관세율은 46%로, 협상을 통해 절반 이하로 깎인 것이긴 하지만 <AP> 통신에 따르면 관련해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메리 러블리 선임연구원은 양국 합의 내용이 여전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근본적으로 작은 나라들에 이를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같은 더 큰 무역 상대방과도 이러한 방식으로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은 미국에 1366억달러(186조원) 규모를 수출한 반면 미국은 베트남에 131억달러(18조원) 규모를 수출해 베트남의 대미 흑자폭은 1235억달러(168조원)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미국 업체들이 해외 공장을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한 결과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 적자폭이 커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 출발해 베트남에서 "환적(transshipping)"된 대미 수출품에 대해선 4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이 관세 회피를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경유해 수출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 해 왔다.

전문가들은 환적 물품 단속 및 분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AP>에 따르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윌리엄 라인쉬 선임고문은 환적 단속이 "용어의 정의와 집행 방식"에 달려 있다며 "어떤 환적은 상표만 갈아 붙인 완전한 사기고 어떤 건 합법적인 상당한 변형을 거쳐 베트남에서 새 상품이 된다. 이 사이에 많은 것들이 있어 단속은 항상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트남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원산지 규정의 대대적 변경을 수용할 가능성도 적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사가 입수한 협상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향후 몇 주 내" 확정돼 베트남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의 "상당한 인하"를 가져 올 최종 합의를 위해 계속 작업할 예정이다. 초안엔 관세 인하는 베트남 신발, 농산품, 장난감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최종 관세 수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매체는 초안에 따르면 베트남이 중국 제품 환적을 줄이기 위한 "유리한 원산지 규정을 수립"하고 지적재산권 등 관련 비관세 장벽 또한 해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에 가금류, 돼지고기, 쇠고기, 농산물, 불특정 공산품에 대한 우선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베트남이 80억달러(11조원) 규모 미 보잉 항공기 50대를 도입하고 29억달러(4조원) 규모 미국 농산물을 구입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결과에 대한 베트남 업계 반응이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베트남 가죽·신발·가방협회 부회장인 판티탄쑤언이 "관세율이 우리 예상보다 여전히 상당히 높고, 상이한 관세 수준에 대한 원산지 규정의 많은 중요한 세부 사항이 여전히 불분명하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중국 관세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에서 베트남에 부과된 20% 관세 수준이 "아주 나쁘진 않다"고 봤다.

베트남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나라이자 징벌적 상호관세가 부과된 나라 중엔 첫 번째로 합의에 도달한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대미 무역 적자국인 영국엔 징벌적 관세 없이 처음부터 10% 기본 관세만 책정됐다.

<폴리티코>는 대미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는 한 아시아 국가 외교관이 다른 아시아국들이 베트남보다 나쁘다고 판단되는 조건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인도 간 무역 협정이 임박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일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미 소식통을 인용해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징후"가 있으며 협상자들에게 잠재적 발표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집중적이고 건설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양쪽 모두 협상 타결의 경제적 중요성을 넘어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취재진에 "현재 인도는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인도가 받아들인다면 우린 훨씬 더 낮은 관세를 위한 협상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와의 협상 체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다만 농산물 관련 양국의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복수의 인도 상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가 핵심 농산물과 유제품 관련해 타협하지 않을 예정이며 미국산 유전자 변형 옥수수, 대두, 쌀, 밀에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강력한 정치 집단인 농민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일본과 협정과 관련, <로이터>는 1일 회담 상황을 잘 아는 백악관 관계자가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유예 마감을 앞두고 일본보다 인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일 "일·미는 국익을 위한 협상을 진지하게 계속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베트남 타이응우옌 지역 한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옷을 재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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