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정조준
유튜브 서울의 소리 녹음에 金 발언 나와
조성옥 前회장 “尹부부-이종호 알지도 못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을 위해 3일 서울시내에 위치한 삼부토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5.07.03. [서울=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개시한 지 하루만인 3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첫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와 중구에 있는 옛 삼부토건 사무실, 주요 피의자 주거지 등 13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파일과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삼부 회장님과 가족같이 지내” 발언 주목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가운데 사무실 앞에 사물함이 놓여져 있다. 2025.7.3/뉴스1
특검팀은 이날 삼부토건·디와이디 등 회사 6곳과 관련 피의자 주거지 7곳 등 총 13곳을 압수수색했다. 김건희 특검법 제2조 1호는 주식회사 삼부토건 등에 대해 주가를 조작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사건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공식 출범 이후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선택한 것은 다른 수사 대상과 비교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삼부토건 사건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 조사를 거쳐 올해 4월 서울남부지검에 이첩됐다. 지난달 특검팀이 검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사실상 금감원 조사만 거친 셈이라 수사가 상대적으로 적게 된 편이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사건이 김 여사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2003년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불법 택지불하 사건의 주임검사로서 삼부토건을 상대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당시 삼부토건과 함께 공동 시행했던 다른 회사만 조사받아 기소됐다”며 “삼부토건 회장과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골프를 친 사실이 있어 ‘선택적 기소’로 삼부토건을 봐준 것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특검팀은 유튜브 방송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김 여사의 “삼부(토건) 회장님하고는 되게 오랫동안 우리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고, 우리 다 그런 가족 사이고”라는 발언도 주의 깊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김 여사가 연루된 핵심 의혹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김건희, 윤석열, 이종호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인연도 없다”며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조 전 회장은 “당시 주가가 올라가기에 팔아서 처분한 것뿐”이라고도 강조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조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조 전 회장의 휴대전화 등도 확보했다.
●특검, 尹 부부 개입 여부 수사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관계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 중 건물 밖에서 전화기를 든 채 이동하고 있다. 2025.7.3/뉴스1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중 불거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2023년 5월 14일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체크하고”라고 발언했는데, 이것이 주가 조작 의도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사업을 논의하던 때였다. 실제 삼부토건이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한 뒤 2023년 5월 1000원 대였던 주가가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급등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주가조작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올해 4월 삼부토건 전현직 대표이사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당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부정거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발장을 받은 검찰도 “사건의 성격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장기간 관련 조사를 진행해 온 금감원에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며 사건을 금융당국에 다시 이첩했다.
특검팀이 이날 삼부토건 사건의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 중 가장 먼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후 특검이 확보한 추가 증거와 진술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검찰에 고발될 당시 김 여사가 고발 대상에서 빠졌는데 그 이유에 대해 추가 조사된 게 있는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 수사 내용이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인적, 물적 수사 대상이 넓어질 거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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