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KT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이제까지 종속 안 된 적이 없었다. 자신들이 못 하는 건 다른 나라에 종속된다.” (올해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김영섭 KT 대표 발언 중)
KT의 인공지능(AI) 전략이 바뀌고 있다. 주요 AI 전략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KT가 무게 중심을 자체 개발 ‘믿:음 2.0(믿음 2.0)’로 옮기는 등 ‘자강’을 강조하면서 통신 3사 간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 들어 ‘소버린 AI(주권형 AI)’가 대두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한 KT의 고육지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KT 광화문 East사옥 전경. [KT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자체 개발한 한국적 AI 모델 믿음 2.0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공공 부문 누구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를 공언했다.
KT는 향후 출시될 MS와 협업 모델을 보완하는 용도로 믿음 2.0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믿음 1.0 버전의 존재감은 시장에서 미미했다. 이 때문에 KT는 MS와 협력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실제로 김영섭 KT 대표는 올해 3월 있었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MS에 AI 전략이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우리가 수준이 낮으면 빨리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며 “종속되지 않기 위해 자체 모델을 만들어 현장에서 쓰자고 하면 상상하기 힘든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소버린 AI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이 자강을 위한 노력 지속되면서다.
특히 LG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에서 개발한 엑사원을 기반으로 ‘익시오’를 거듭 개선했다. 최근에는 안티딥보이스 상용화에 이어 안티딥페이크 개발까지 LLM 기반으로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연달아 선보였다.
SKT도 마찬가지다. 유영상 SKT 대표도 지난 3월 MWC에서 AI 피라미드 2.0을 선언하면서 자강과 협력을 강조했다.
SKT는 이날 중국 오픈소스 모델인 큐웬2.5(Qen2.5)을 기반으로 한 ‘A.X 4.0’을 공개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A.X 3.0까지는 자체 모델을 바탕으로 했으나,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큐웬2.5를 활용했다고 부연했다.
LG유플러스와 SKT는 이를 통해 기업-개인간 거래(B2C)는 물론, 기업간거래(B2B)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전자정부의 날 행사에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
이에 더해 업계에서는 소버린 AI 전문가로 불리는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KT가 느꼈을 조급함도 커졌을 것이라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버린 AI를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이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빅테크 기업과 협력 전략에서 자체 개발로 갑작스럽게 전략을 바꾸는 것은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들어 소버린 AI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글로벌 LLM 의존도가 높다 보니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KT도 여기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KT는 “자체 개발한 LLM 모델 믿음을 꾸준히 고도화했고, 동시에 MS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술력을 빠르게 내재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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