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복구 방식 새롭게 규명…"색소건피증·피부암 예방·치료 도움"
연구진 모습 UNIST 이자일 교수(왼쪽)와 안소영 연구원(제1저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강한 자외선으로 손상된 DNA 부위를 빠르게 찾아내 복구하는 우리 몸의 작동 방식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새롭게 밝혀냈다.
UNIST는 생명과학과 이자일 교수팀이 'NER'(Nucleotide Excision Repair)이라는 DNA 복구 경로에서 손상된 부위를 찾아내는 두 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순차적 전달' 관계가 아닌 '협력적 복합체' 형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NER은 자외선 때문에 생긴 'CPD'(Cyclobutane Pyrimidine Dimer)라는 손상 구조를 잘라내는 복구 경로다.
DNA는 약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어 손상 부위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느냐가 복구 효율을 좌우한다.
구조 변화를 감지하는 XPC 단백질을 가동해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데, CPD 손상은 비틀림이 크지 않아 XPC 단독으로는 인식이 어렵다.
이때 손상 인식을 돕는 것이 UV-DDB라는 단백질이다.
기존에는 UV-DDB가 먼저 손상 부위에 결합한 뒤 이를 XPC에 넘겨주는 순차적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이해돼 왔다.
이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두 단백질이 복합체(UX-complex)를 형성해 공동으로 DNA를 탐색하고, XPC가 UV-DDB의 결합력과 탐색 효율을 향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DNA 커튼이라는 단분자 이미징 실험을 통해 이 내용을 뒷받침했다.
DNA 커튼은 유리 표면에 정렬한 DNA 가닥 위로 단백질 분자를 흘려보내 형광 현미경으로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실험에서 두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룬 경우 UV-DDB는 DNA 가닥에 더 잘 달라붙고, 가닥을 미끄러지듯 따라 이동하며 손상 부위를 더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자일 교수는 "자외선 손상을 인식하는 두 단백질이 서로 협력해 더 빠르게 손상을 찾아내고 NER 과정을 촉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분자생물학 교과서에 실린 NER 작동 원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노화뿐 아니라 색소건피증과 피부암 예방·치료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달 1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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