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인터뷰…"수십 년 후퇴" 트럼프 '말살' 주장과 달라
[빈(오스트리아)=AP/뉴시스]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023년 11월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IAEA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23일 이번 주말 미국이 정교한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이란을 공습한 뒤 "포르도의 이란 지하 핵 시설에 매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5.06.23.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이란이 몇 달 내에 농축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가 나왔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 '말살'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과 상반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9일(현지 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란이 "몇 달,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우라늄 생산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 여러 대를 연결한 설비)를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미국의 주요 핵시설 타격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말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이란 핵 프로그램 피해 정도를 두고는 미국 당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이란이 기존 생산한 400㎏ 상당 고농축 우라늄의 사전 이동 여부 및 추정 보관 장소에 관해 "보호 조치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게 논리적"이라면서도 "어디로 옮겨졌는지, 일부가 공격당했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이어 "일부는 공격으로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옮겨졌을 수도 있다"라며 "따라서 언젠가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옮겨지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배치된다.
그로시 총장은 "명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계속 잠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이 가능한 빨리 우리 사찰관들이 필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란이 잔여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말에는 "우리는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고 싶지는 않다"라며 "우려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라고 평가를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매우 방대하고 야망이 있는 프로그램을 보유했다"라며 "그중 일부는 아마도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란이 지식과 산업 역량을 보유했다며 "핵기술에 있어 매우 정교한 국가임이 자명하다"라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런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보유한 역량과 지식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군사 작전, 군사적인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확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25일 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이란 내부에서는 그로시 총장이 IAEA를 순수하게 기술에 기반한 평가로 이끄는 대신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했다고 비난한다.
그로시 총장은 이에 관해 "IAEA는 상황을 매우 정직하게 평가한다"라며 기구 차원에서 이란의 핵 보유 내지 핵 보유 근접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인지도 검증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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